날마다 변화무쌍한 풍경, 저마다 아름답게 피고 지는 꽃들에 감탄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이때마다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는 사람들도 있다.
계절적인 흐름에 따라 심리 상태에 변화를 보이는 ‘계절성 우울증’(계절성 정동장애, SAD)은 주로 가을 겨울철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봄 여름도 예외가 아니다. 추위와 어두움에 웅크려 지내던 날들이 지나면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서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활기를 되찾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더욱 고립감을 느끼기 쉽다. 일조량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어둡고 쌀쌀한 날씨에 맞추어져 있던 몸과 마음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때일수록 혼자만 여전히 겨울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더 큰 자괴감과 외로움이 밀려온다.
나 역시 그럴 때가 있었다. 세상은 온통 알록달록한데 나만 무채색인 것 같은 때. 그때 나에게 가장 위로를 준 존재는 동물이었다. 함께 사는 개와 짧게나마 산책하고, 무해한 존재가 주는 애정을 느끼며 하루하루 버텼다. 개와 함께 걷는 동안 계절의 흐름을 실감하며, 어제보다 괜찮은 오늘을 살 수 있었다. 개는 그저 곁에 있었을 뿐인데, 개로 인해 내가 받은 것은 너무나 많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어서 그런지 집 앞 공원에는 개들 모습이 자주 보인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저마다의 산책을 즐기는 모습에 절로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그 정겨운 풍경에 나와 우리 개도 한몫을 담당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산적해 있지만 개와 걷는 동안 머릿속은 가뿐하고, 발걸음은 가볍다.
나처럼 동물에게 위로받은 작가들은 수 세기에 걸쳐 글과 책으로 동물에 대한 사랑을 전해왔다. 인간이 동물을 키우는 것 같지만 정작 우리를 키우는 건 동물들이다. 사람은 동물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간다.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
신소윤, 김지숙 지음 | 다산북스| 2020
대한민국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반려인 천만 시대. 그런데 그 많은 동물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이 책은 반려산업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번식장, 경매장, 펫숍을 잠입 취재하고, 그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르포 형식의 에세이다. 오직 어리고 예쁜, 이른바 ‘잘 팔리는’ 개를 생산하기 위한 인간들의 비인간적인 활동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가족을 사고파는 일의 폭력성에 대해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개를 그저 외모로 판단해 상품으로 거래하는 일이 개를 아끼는 마음과 얼마나 멀리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된다. 오로지 사람의 욕심에 의해 세상에 태어나, 인간의 필요에 의해 살아가는 개들에게 과연 행복이 있을까? 책장을 넘기는 일이 힘들 만큼 마음 아프지만 모르고 넘길 수 없는 이야기들. 책을 읽고 나면 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나아가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바뀐다.
고양이가 말했다 나처럼 살아보라고
림헹쉬 지음| 포레스트북스| 2023
고양이를 모티프로 한 알록달록한 그림들에 인생의 철학을 담은 책. 귀여운 그림에 곁들어진 단순한 문장들에 그림책을 보는 것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가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들에 한참 머물게 된다. 그저 나른하게 느껴지는 고양이들의 모습에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니 놀랍다. 마치 노랫말처럼 읽히는 문장들에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운 책.
책을 따라가다 보면 나 역시 고양이처럼 살고 싶어지지만, 이 역시 인간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진다. 과연 고양이도 이 세상에서 편안하고 행복할까? 우리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처럼 고양이도 인간이 좋을까?
고양이는 말이 없다. 고양이는 시간도 모르고 미래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자신의 깜냥만큼 먹고 놀고 숨 쉬고 잔다. 어쩌면 그 단순한 삶에서 인간은 많은 것을 배우는 걸지도 모른다. 사는 데 많은 생각과 고민 따위 필요치 않다는 걸 고양이는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