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가끔씩 나이를 묻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여섯 살이야.”라고 대답한다. 내 대답을 들은 아이들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대부분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감추지 못한다. 동심을 잃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살고 싶은 바람과 함께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아이들과 깊이 있게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대답이다.
얼마 후면 어린이날이 다가온다. 아이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해 왔지만… 정작 아이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했는지, 어린이를 온전히 진심으로 마주했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들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책을 골라 보았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고 노랑, 분홍, 붉은 꽃들과 함께 초록이 짙어지는 아름다운 계절에 아이들 세상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놀이터에 간 아빠
유진 지음 | 한림출판사 | 2022
아이들이 부모에게 정말로 원하는 건 어떤 것일까? 좋은 장난감이나 맛있는 음식일까? 놀이터에 가보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중간중간 지켜보며 휴대폰을 보거나 놀이터에서 만난 다른 어른들과 이야기 나누기 바쁘다. 보호자로서 어른의 일과 놀이를 원하는 아이들의 일을 분리해서 각자의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림책에서 만나보자.
매일 엄마가 유치원에 데리러 오는데 오늘은 아빠가 오셨다. 아빠에게도 낯선 일이라 어설프고 서툴기만 하다. 엄마가 알려준 대로 집에 가서 간식을 챙겨줘야 하는데 아이의 이 말에 함께 놀이터에 간다.
“엄마는 그냥 집에 안 가는데…. 놀이터에서 꼭 놀다 가는데.”
놀이터에 함께 왔지만 아빠는 일 때문인지 시소를 타면서도 계속 전화하느라 바쁘다. 이제 그만 놀고 집에 가자는 아빠와 아직 하나도 못 놀았다는 아이. 아빠는 충분히 놀아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놀아주는 아빠 싫어!”
아이의 말에 아빠는 한참을 가만히 생각하다 어디론가 향한다. 어디로 간 걸까? 갑자기 놀이터는 한 아이의 잃어버린 요술 병을 함께 찾아주는 것을 시작으로 흥미진진한 모험의 장소로 변한다. 놀아주는 아빠에서 함께 노는 아빠로 변하는 과정이 인상적이고, 그 과정 속에서 아이의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깊은 공감이 된다. 아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들어보자.
이건 내 우주선이야!
양승희 지음 | 글로연 | 2023
도서관 잔디 마당 한쪽에는 작은 돌들이 바닥에 깔려있다. 내가 보기엔 단순히 돌일 뿐인데, 아이들은 이 돌멩이 하나로도 참 잘 논다.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정리하다 보면 정원 테이블 위에 돌이 수북하게 쌓여 있기도 하고, 때로는 그 돌을 집에 가져가고 싶다며 부모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어디 돌멩이뿐이겠는가? 작은 나뭇가지 하나, 풀잎 하나도 아이들과 만나면 새로운 놀잇감으로 변신한다.
“그게 왜 우주선이니? 구멍 난 바구니지.”
“아니야, 내 우주선이야! 이리 주세요.”
이 그림책은 낡아서 구멍이 숭숭 나 쓸모가 없어진 바구니를 버리는 엄마와 바구니는 자신만의 우주선이라며 버리지 못하게 하는 아이와의 실랑이로 시작된다. 버려지지 않고 겨우 구해낸 바구니는 토토에게 멋진 우주선이 된다. 토토는 이 특별한 우주선에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과 동생을 태운다. 그리고 우주여행이 시작된다. 낡은 바구니 하나만으로 세상 다 가진 듯 신나고 행복한 순간들이다. 신나게 놀다가 토토와 동생은 우주선을 타고 옷 방에서 잠이 들었다.
‘나에게도 숨겨 둔 우주가 있지.’
“오랜만이야!
발레리나 1호!”
우주선을 타고 잠든 아이들의 놀이 세상을 우연히 보게 된 엄마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어른들이 아이들 세상에 들어가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그림책 속 아이의 엄마처럼 나의 어린 시절을 소환해보자. 그렇게 아이들 세상에 머물다 보면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들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는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날에만 아이들에게 잘해주지 말고 365일 매일 아이들을 잘 보듬고 그들을 잘 이해하는 어른이 된다면 이 세상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 밝고 크게 번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