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점심시간이 즈음이면 조용하던 동네가 유난히 북적인다. 진원지는 초등학교 앞. 새 학기를 맞은 아이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과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하교를 기다리는 아이들 얼굴에는 긴장감 섞인 활기가 가득하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대견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비로소 3월이 왔구나’ 싶어 마음이 들뜬다.
새해가 되면 한 해가 시작되는 것 같지만 진짜 한 해의 시작은 3월인 것 같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제 더는 시작을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표정이랄까.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봄을 맞이하는 설렘과 기대감이 있다.
나 역시 이맘때면 웅크리고 있던 몸에 기지개를 켠다. 그동안 미뤄온 것들을 떠올리며 ‘지금부터 해도 늦지 않았겠지?’ 한다. 올해 나의 계획은 외면해왔던 운동 시작하기,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기. 다들 아실 거다. 간단해 보이는 것이 가장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매년 결심하는 계획일수록 매년 실패하기 쉽다는 것을.
하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는 방법은, 어제는 실패했어도 다음 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믿는 것. 아예 안 하는 것보다 어설프게나마 하는 게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제껏 그런 식으로 어찌저찌 버텨왔다. 매일 넘어져도 다음 날 다시 일어나는 마음으로. 개그맨 박명수가 말했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고!
늘 ‘시작이 반이다’와 ‘작심삼일’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는 우리를 응원하는 책을 소개한다. 이 책과 함께 작게나마 한 걸음 내딛는 3월이 되기를.
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 마티 | 2022
그동안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오며 ‘매일 글쓰기’라는 다짐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 생각보다 쓸 게 없다는 난감함 때문에 좀처럼 시작하지 못한다.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이게 말이 되는 글일까? 너무 못 쓴 것 같은데?’ 우리가 글을 쓸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수십 년간 글을 써온 전업 작가인 데다,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수도 매일 같은 고민을 한다면 위로가 될까. 아니, 세상의 모든 작가들이 그러할 것이다. 좋은 글이 뭔지는 몰라도, 쓰지 않고는 못 버틸 것 같은 사람은 어떻게든 계속 쓴다. 나 역시 잘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쓰고는 살 수 없어서 이제껏 글을 쓰고 있다.
해마다 ‘꾸준히 글쓰기’를 새해 계획으로 세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쉬운 문장들로 짤막하게 이어지는 작가의 글쓰기와 직업, 삶에 대한 고백은 여러분을 곧장 글쓰기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금주 다이어리
클레어 풀리 지음| 복복서가| 2022
술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숙취가 얼마나 괴로운지도 잘 아는데 술은 왜 그리 끊기가 어려운지. 매일 금주를 결심하지만 매일 실패하는 사람이 세상엔 너무도 많다.
‘술만 있다면 만사가 오케이’였던 영국의 작가 클레어 폴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삶이 술을 빼고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술을 끊어보기로 한다. 이후 일 년 동안 어떻게든 술을 멀리하며 자신의 마음과 행동의 변화를 차곡차곡 기록해나간다. 너무나 인간적인 그의 금주 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용기가 생긴다.
이 책이 매력적인 까닭은 아무 좌절도 없는 성공담이어서가 아니라 나를 꼭 닮은 사람의 피 땀 눈물이 진하게 묻어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도전으로 이끄는 건 멋진 영웅들이 아니다. 늘 넘어지고 실수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책을 읽고 나서 나도 일 년쯤 좋아하지만 멀리하고 싶은 뭔가를 끊어보고 싶어졌다. 그게 술이라면 더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