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장편 작품 속 루미 보리 세희는 각각 자기 어려움을 만나며 커가는 열세 살 아이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옳지 못한 현상과 문제들까지 마주치면서 가능한 대로 반응하고 저항도 한다. 내 열세 살 때는 어땠더라, 내가 다닌 학교와 친구들과 나 자신, 그리고 가족과 사회까지 떠올리게 된다.
엄마를 병으로 잃은 루미는 새엄마가 다쳐 병원에 입원한 동안 돌도 안 된 쌍둥이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 실직한 아빠는 전기 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다시 공부하는 수험생이다. 이런 넉넉지 못한 상황에도 루미는 아가 동생들과 벗들과 가족에게 따뜻하고 희망찬 빛이 된다. 이름 그대로 ‘루미’처럼 빛난다.
보리 아빠는 ‘사람이 먼저입니다’고 표방하는 회사에서 희망퇴직 명단에 오른다. 이를 부당해고라고 여긴 아빠는 회사 앞 철탑에 올라가 34일 동안이나 단식 농성한다. 간호사로 병원에 출근하는 보리 엄마도 아빠 걱정에 식사를 못 하며 마음으로 앓는다. 씩씩하고 몸을 잘 쓰는 보리는 본인이 할 만한 뭔가를 찾는다. ‘사람이 먼저’라 새겨진 회사 홍보석에 달걀을 던지며 항의한다.
루미 보리와는 다르게 독하고 서늘하게 묘사되는 세희는 이전 학교에서 뭔가 문제를 일으키고 전학 온 듯하다. 부모를 거짓되게 소개하면서 스스럼없고, 힘자랑하는 선배들과의 동아리 활동에 열중한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친구들에겐 과장과 허세투성이인 세희는 대체 어쩌다가 이리된 걸까. 거짓으로 진솔함을 가린 아픈 아이다.
이 열세 살 아이들이 갈등하다 이해하고, 분노하다 토닥이면서 서로에게 빛이 된다. 우정 위에서 빛나는 관계로 다져진다. 열세 살을 애태우며 살아내고는 ‘졸업’을 지나 새로운 시공간으로 넘어간다. 이후의 이들 모습을 이어서 써보고 싶을 만큼 이야기가 알차고 따뜻하다.
문경민 작가의 글 짓는 솜씨가 매우 탁월하다. 이야기 구성과 진행이 어디 한 군데 넘치거나 처지지 않고, 단단하며 자연스럽다. 열세 살 어린이들이 자기 아픔을 소화하고 삭이며 성장해가는 과정이 진솔하고 사실감 충분하다. 벗과 함께 사회를 바라보며 그 안으로 들어가는 열세 살 어린이들의 시선과 태도가 매력 넘친다. “어려운 시절을 딛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떼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