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잘못 사용되는 말 중 하나는 ‘공부’가 아닐까.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여러 가지 자격증과 선발고사,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만 공부가 필요할까. 사람들 대부분은 졸업과 동시에 그 지겨운 공부로부터 해방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삶을 위한 공부는 한순간도 멈출 수 없다. 앎이 삶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익히고 배우며 성장하는 사람이야말로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다. 시험 점수에 목매던 학창 시절을 지나 평생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무엇이 진짜 공부인지,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3월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출발이다. 이제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자.
네 통의 편지
설흔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3
봄 학기를 맞는 청소년들의 준비와 마음가짐은 천차만별이다. 개나리, 진달래 꽃잎이 하늘거리는 3월은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한 해의 출발이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낯설고 새롭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눈빛에 생기가 돈다. 그렇게 잔뜩 물이 오른 버드나무처럼 청소년들에게 새 학년을 맞이하는 3월은 의욕이 넘쳐 분주하고 정신없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 초롱초롱한 눈빛들에 담겨 있는 결심 중 하나는 공부를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부가 숫자로 표시되고 성적이 매겨진다는 현실이다. 피할 수 없으나 공부의 재미와 의미를 잃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만약 시험을 보지 않는 공부, 성적표가 없는 학교라면 이토록 공부를 지겹게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진짜 공부는 인간의 본능인 호기심과 질문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황이 알려주는 공부 비법을 소개하는 설흔의 《네 통의 편지》는 공부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며 단기적인 비법이 아니라 평생 공부하는 삶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준다. “학문(學問)은 문학(問學)이다. 모르는 게 많아 질문이 많은 사람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가르침을 되새겨야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시작하는 새 학년의 새로운 공부는 재미있고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공부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고 공부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무엇인가 궁금해져야 한다. 알고 싶은 마음, 참을 수 없는 질문이 이어지면 절반의 성공이다.
소설처럼 구성되어 흥미로운 이 책에서 이황은 다음과 같이 공부의 비법을 전한다. “미련한 사람도 공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하나가 다 마무리된 후에 다른 공부를 하라, 누구나 고비는 있다. 쉼 없이 공부하라, 공부는 스스로. 선생 탓, 교재 탓하지 말라.”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차근차근 공부하며 힘든 고비를 넘어 스스로 깨닫는 즐거움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그 중 또 절반은 마음가짐이다. 새 학기의 출발은 공부에 관한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공부법은 처음이야
신종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
서점과 도서관에서 인기 있는 분야 중 하나는 ‘공부법’이다. 기막힌 비법을 전하는 책부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과목별로 좋은 성적을 받는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 가득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왜 여전히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부법에 관심을 가질까. 이미 나온 방법으로 부족한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시험 점수를 잘 받고 성적을 올리는 비법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공부하는 사람의 노력과 실천 때문일까. 무엇이 우리들의 공부를 이토록 힘겹게 할까.
교육학자 신종호는 그 이유를 공부를 ‘왜why’ 하는지에 집중하라고 요구한다. ‘어떻게how’가 아닌 ‘왜’라는 질문이 학습심리의 핵심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안한 안데르 에릭슨의 말대로 매일 3시간씩 꾸준히 시간만 투자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중요한 것은 단순 반복 연습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다. 공부의 시작은 마음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다. 그 열정은 이황의 말대로 인간과 사물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에서 출발한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면 알고 싶어진다. 그렇게 시작하는 공부는 재밌고 즐겁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필요 없어진다. 지치지 않고 자신감이 생겨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를 통제하는 힘이 생긴다.
신종호는 현실적인 면에서 학생들의 학습심리와 태도,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들을 설명한다. 공부에 몰입하며 재미를 느끼는 순간 더 이상 공부법에 관한 책은 필요 없다. 이름난 학원에 등록하고 좋은 문제집을 고르기 전에 우선 자기 공부의 이유와 목적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학교를 졸업하며 지겨운 공부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평생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인생을 사는 방법과 태도까지 남들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