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왠지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고 공연히 쓸쓸해진다. 게다가 송년회, 성탄 등 여러 모임으로 얼렁뚱땅 한 해를 보내버리기 쉽다. 그럴수록 차분하게 한 해를 되돌아보아야겠다. 인디언 달력을 보면 12월은 침묵의 달이면서 무소유의 달이라 한다. 마지막 달로 자칫 마음이 소란해질 수 있어서 침묵하며 지난 시간을 잘 살피고, 진중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선한 지향을 가지고 한 해를 보냈는지, 다른 사람을 서운하게 한 건 없는지, 부족했던 점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며 올해를 잘 마무리해야겠다.
새해가 되면 모두 한 살 더 먹고 어른이 된다. 새해, 우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찾아오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새로운 시작 앞에 조금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하길 희망하며 몇 가지 다짐들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만나보며 아이들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세상에 한 발 내디뎌보자.
나도 어른이 되겠지
류형선 글 | 채상우 그림 | 풀빛 | 2021
어른이 된 지금 어릴 때를 뒤돌아보면 ‘나도 엄마처럼, 아빠처럼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어른들은 무엇이든지 잘하고, 자유롭고, 세상 무엇도 두렵지 않고,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척척 잘 해낼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신발장에서 엄마의 굽 있는 구두를 몰래 꺼내서 신어보기도 했다. 그러면 엄마처럼 멋진 어른이 된 듯했다. 사실 어른이 된 지금 오히려 아이들을 보면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다. 과연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나도 어른이 되겠지》 그림책은 국악동요를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인 아이들, 그래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바람이 담겨있다. 동요에 맞춰 그림이 너울너울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확장되어 아이들의 바람인 어른이 되고 싶은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작은 새가 다음 장면에서 엄마 새가 되어 날개를 활짝 펴 훨훨 날고 있다. 아기 코끼리가 듬직한 아빠 코끼리가 되었다. 작은 도토리가 잎이 무성한 굵은 둥치의 듬직한 나무가 되었다.
나도 어른이 되겠지.
틀림없이 어른이 되겠지.
막연한 꿈이 엄마를 쏙 빼닮아서 따뜻한 어른이 되고, 아빠를 쏙 빼닮아서 듬직한 어른이 되었다. 이렇게 꿈이 이루어지는 장면들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에게 훈훈한 마음과 찬란하게 빛나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엄마와 아빠가 따뜻하게 사랑으로 품어주고 손 잡아주어서 멋진 어른이 틀림없이 될 것이라고 이 그림책은 말하고 있다.
이 그림책 마지막 장에는 동요를 따라 부를 수 있게 악보가 첨부되어 있다. 12월을 보내며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이 그림책을 보고, 마지막 장의 동요를 부르면서 따뜻한 교감을 나누며 아이들도 어른들도 함께 성장해 가면 어떨까?
스스로
신수지 글| 이재경 그림 | 고래뱃속| 2022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이용자를 만난다. 대부분 아이와 어른들이 함께 오는데 많은 어린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하기 전에 어른들이 알아서 다 챙겨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기회가 별로 없다. 사소하게는 신발을 벗고 들어오면서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들어가면 부모들이 뒤따라가며 정돈한다. 도서관을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외투며 가방 등을 두고 나가면 어른들이 모두 챙겨서 뒤따라 나간다.
그림책 《스스로》는 ‘아이는 무엇도 혼자 하지 않아요.’로 시작한다. 세수할 때도, 옷을 입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혼자 하지 않는다. 하물며 노는 것도 엄마가 한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를 입에 달고 있다. 엄마가 아이의 모든 것을 대신하면서 아이는 점점 작아지고, 까만 공이 되어 버린다. 공이 되어 버린 아이는 울퉁불퉁 산길의 돌부리를 넘으려 발과 다리를 꺼내고, 뾰족 덤불숲을 헤치려 선과 팔을 꺼낸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아이가 홀로 세상을 경험하고 위기의 순간을 헤쳐 나가며 까만 공에서 온전한 아이가 된다.
‘알록달록 꽃향기를 맡으니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피어나요.
스스로 걷고, 먹고, 움직이다 보니
기분이 좋아져요.‘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어서 옆에서 어른이 알려주고 함께 도와주고 안내는 할 수 있지만, 마냥 어른이 다 해주어야만 할까. 조금씩 아이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이 그림책 속 아이도 엄마 바라기로 그 무엇도 혼자 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혼자 걸어보고, 놀아보고, 혼자 세상을 만나는 과정이 오히려 기분을 좋아지게 했으며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며칠 있으면 새해를 맞이한다. 내년 새해에는 스스로 하는 ‘나, 우리’가 되면 어떨까. 그래서 한 살을 더 먹게 되면서 어른도 아이도 성큼 성장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