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2022 FIFA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그간 우울한 소식이 많았던 우리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는 낭보였다. 아쉽게도 16강전에서 브라질팀에 완패하였으나 그렇다고 그 빛이 바랜 건 아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 한국 축구팀 대표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어린이와 함께 축구경기를 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면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동화를 읽어봐도 좋다. 스포츠의 세계는 언제나 승부가 있다. 그렇다고 일등이 전부는 아니다. 도리어 끝까지 경기에 임하려면 더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동화가 그것이 무언인지를 말해준다.
플레이 볼
이현 지음 | 한겨레아이들 | 2016
사춘기 무렵이면 모든 걸 다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유년기의 전능감을 벗어난다. 십 대가 되면 대개 내맘대로 되지 않는 실패의 경험을 하게 된다. 공부든, 스포츠든 좋아했고 잘한다고 여겼던 분야에서 더 이상 내가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 겪는 실패의 감정은 당혹스럽다. 《플레이 볼》은 구천 초등학교 야구부 에이스인 동구의 시선에서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제 6학년이 되는 동구는 마음이 급하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어 지금까지 '재미있어서' 야구를 했다면 지금부터는 '이기는' 야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동구에게는 여러 일이 일어난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 친구들이 하나둘 야구를 포기한다. 동구 역시 주전 투수와 4번 타자 자리를 새로 등장한 라이벌에게 내준다. 동화는 실패의 쓴맛을 본 동구가 열심히 연습을 해서 다시 일등이 되는 이야기를 그리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동구가 야구를 제일 잘 했지만 앞으로는 아닐 거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해준다. 어른이 된다는 건, 살며 이 당황스러움을 계속 만난다는 일이다. 그러니 오래 하려면 승리보다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플레이 볼》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김남중 지음| 창비| 2009
가출한 호진이가 어른들과 11박 12일 동안 광주에서 속초까지 자전거 순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김남중 작가가 실제로 자전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단박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허벅지가 터질 듯한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거나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난 후에 삼겹살이 얼마나 맛있는지도 감칠맛 나게 그린다.
호진이는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한다고 폭탄선언을 하자 우발적으로 가출을 하고 삼촌을 찾았다. 막상 찾아간 삼촌은 '여행하는 자전거 친구'의 열다섯 번째 순례를 시작한 참이었다. 저간의 사정을 짐작한 삼촌은 다짜고짜 호진이에게 자기 자전거를 내민다. "아무 생각 말고 자전거만 타. 지금 너한테는 이게 필요해." 학원이 지겹고 공부가 싫고 이혼하겠다는 부모가 원망스러운 호진이는 자전거를 타며 새로운 경험을 한다.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오로지 오늘 달릴 일만 생각났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 몰아의 순간을 동화로 만날 수 있다. 땀 냄새 물씬 풍기는 동화. 2권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