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는 추위에 대비해 이것저것 살피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밖에 있던 화분을 실내로 들이고, 정원의 수도가 얼지 않도록 살피고, 나무들은 볏짚을 구해 감싸준다. 그 밖에 길고양이들을 위한 겨울 집을 마련하고, 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지 살피고 단단히 준비한다.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준비를 끝내고 나면 마치 겨울잠에 들어가는 곰처럼 집안에 콕 박혀 지낸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을 떠올리면 따뜻하고 아늑한 온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 폭신한 이불이 먼저 떠오른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다. 올겨울에는 추위에 움츠러들지만 말고 겨울이 주는 선물들을 잘 느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흰 눈, 성탄, 겨울 바다, 따뜻한 어묵국과 붕어빵, 타인의 온기, 따뜻한 방에서 그림책으로 만나는 여러 가지 겨울 이야기….
겨울이 궁금한 곰
옥사나 불라 글·그림 | 봄볕 | 2017
어느새 정원에 노닐던 연녹색의 청개구리가 갈색으로 얼룩얼룩 변해 있다. 겨울이 오면 마치 우리가 두꺼운 옷을 입는 것처럼, 많은 생명들이 몸의 색깔을 바꾸고 식량을 비축하고 땅속이나 나뭇잎 밑으로 들어가 겨울을 보낸다.
《겨울이 궁금한 곰》 그림책은 겨울잠을 자야 하는 곰 한 마리가 숲에서 비숑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비숑으로부터 겨울 동안 지내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아름다운 겨울과 비숑이 겨울 동안 재미난 놀이를 즐긴 이야기를 들은 곰은 갑자기 겨울잠이 자기 싫어졌다.
난
잠자기
싫어!
겨울나기를 도와주는 숲속의 나무 요정 투코니에게 곰은 갖은 투정을 부리며 겨울잠 자기를 거부한다. 동굴이 불편하니 새집을 지어달라고 하고, 새집이 너무 폭신폭신하다, 너무 딱딱하다, 너무 낮다, 너무 높다는 등 겨울잠을 자지 않기 위한 갖은 투정을 부린다. 마치 아이들이 잠자기 싫을 때 부리는 투정을 곰을 통해 잘 공감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나무 요정들이 곰이 부리는 투정을 다 들어주는 장면은 부모의 자녀 사랑을 느끼게 한다. 잠자기 싫다고 투정 부리던 아이가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드는 것처럼, 그렇게 투정을 한껏 부리다 겨울잠을 자는 달팽이를 만나고 어느새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한 장면, 한 장면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된 귀엽고 깜찍한 동물과 요정들을 만나다 보면 우리도 곰처럼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을 듯하다. 이 그림책 속 곰처럼 좋은 꿈 꾸며 잘 자면 아무리 추운 겨울도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겨울 별
이소영 글·그림 | 글로연 | 2021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중 겨울은 어둡고 차가워 견디기 쉽지 않은 계절이다. 겨울이 되면 낮 시간보다 밤이 길어져서 하루 중 밝은 시간보다 어둠이 길다. 그래서 우리는 왠지 기분이 가라앉고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추위를 견뎌내는 기다림의 시간이기에 오히려 그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게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림책 《겨울 별》은 찬바람이 가득한 세상 끝에서 긴 잠을 자던 겨울이 잠에서 깨어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행 준비로 하얀 눈가루와 까만 밤 가루를 가득 넣은 가방과 뜰에 핀 노란별을 가슴에 꼭 안는다. 그 여행은 매년 똑같은 여행이다.
낮과 밤의 사이…. 사람들이 함께하는 모습 속에 혼자 있는 외로운 한 아이를 보게 된다. 함께 하고 싶지만, 이 아이는 소리친다.
“난 겨울이 싫어!”
이 말을 들은 겨울이는 이 아이에게 또 다른 겨울을 보여준다. 춥기 때문에 함께하고, 밤이 길고 어둡기 때문에 빛은 더 빛남을, 겨울은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음을 이 그림책을 따라가다 보면 느끼게 된다. 이 그림책은 차가운 겨울이 품고 있는 생명력과 ‘겨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생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그림책 《겨울 별》은 외롭고 추운 사람들에게 밝고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것 같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이 그림책과 함께 따뜻하고 즐겁게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