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세간에 화제가 됐던 드라마의 명대사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한다는 건 역설적으로 행복의 시작이다. 하버드대 「인생 성장 보고서」는 행복에 관한 최장기 연구다. 1940년부터 72년간, 814명의 생애 연구를 통해 행복의 비밀을 밝혀냈다. 돈과 권력, 명예가 아니라 인간의 행복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타인과의 관계가 개인의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다. 이렇게 중요한 인간관계의 조건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마인드 리딩Mind Reading’ 능력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Empathy’능력이다. 행복을 원한다면 거울신경을 자극해서 타인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폭력은 문제와 갈등의 해결 수단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우리가 폭력이라 부르는 것들
전국도덕교사모임 지음 | 해냄에듀 | 2022
학교폭력,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사이버 폭력, 집단 괴롭힘, 아동 학대, 노인 학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폭력은 헤아리기도 어렵다. 일상적이진 않지만 전쟁과 기아, 감염병 상황 등은 편견과 차별과 혐오라는 또 다른 폭력으로 작용한다. 과연 우리는 ‘폭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완전한 평화와 자유와 평등을 누리면서 산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이상적 사회를 그려보는 건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폭력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는 일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모여 폭력 문제를 다시 들여다본다. 이전에도 학교폭력에 관한 숱한 고민과 논쟁이 없지 않았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없어 보인다. 그것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원인 때문이다. 개인과 가정과 사회적 요소가 결합 돼 있기 때문이다.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그 경험은 학습되고 오래 기억되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평화학자 정주진은 힘의 균형이 깨질 때, 이익을 추구할 때, 집단적 묵인이 있을 때 발생한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폭력의 양상을 갈퉁은 ‘직접적 폭력’, ‘구조적 폭력’, ‘문화적 폭력’으로 나눠 폭력의 삼각형으로 설명한다. 폭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다.
일상에서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자. 혐오와 차별, 직장 내 갑질, 능력주의 등 개인을 넘어 사회적 폭력에 이르는 과정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 책은 그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고 제안하는 듯하다. ‘평화와 연대’라는 다소 추상적 가치가 우리의 지향점이다. 만화를 곁들여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폭력 이야기는 심각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정윤수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8
누구나 행복한 삶과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욕망은 어느 지점에서 반드시 갈등과 충돌이 생긴다. 이때 가장 빠르고 손쉬운 문제해결 방법이 폭력이다. 협상과 토론을 바탕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험난하다. 한쪽이 양보할 생각이 없거나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자기 이익을 지키려 한다면 폭력은 일상이 된다.
이러한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왜’라는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 왜 우리는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고 다른 사람을 배격할까, ‘노동자’를 왜 우리는 ‘직장인’이나 ‘회사원’이라고만 부를까,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할까, 여성은 남성보다 수학을 못하는 게 사실일까 등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생각과 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으면 폭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권연대 교사 연수 강사로 나선 여섯 명의 저자는 도시, 평화, 심리, 소수자, 헌법, 예산을 주제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차별과 편견을 소환한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구조적, 문화적 폭력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은 청소년들의 현재와 미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다. 개인과 개인 간의 갈등과 폭력보다 개인과 사회, 사회 내의 폭력적 상황들은 개인을 무력하게 만든다.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일이 평화로운 삶의 첫걸음이다.
이 책은 강의 형식으로 구성돼 있어 가독성을 높였다. 구어체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구성으로 조금 어려운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여섯 명의 저자가 전하는 여섯 개의 주제와 목소리가 조금씩 달라 한 권을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은 시대가 변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개인과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은 심각성을 인식하기도 어렵고 대책을 마련하기도 만만치 않다. 폭력에 예민한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건 인권 감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