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은 먼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폭염과 홍수, 역사상 최악의 가뭄이라는 뉴스가 이제 낯설지 않다. 식수, 미세먼지 등 숨을 쉬고 물을 마시는 가장 기본적인 일까지도 점점 신중해진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체감하는 환경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심각하지만 그만큼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일에는 소홀하다.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특권이 언제까지나 공짜로 주어지는 건 아닐 수도 있다.
지금 당장 기후 토론
김추령 지음 | 우리학교 | 2022
넓은 의미에서 자연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인간도 당연히 자연의 일부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건 필요 이상의 욕심이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편리한 시대를 살면서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개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고민한다. 지구는 이대로 괜찮을까, 우리가 원하는 모든 걸 영원히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없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듯 자연도 한계가 분명하다.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정치인뿐 아니라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보통 사람들의 낙관주의는 오래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과학을 가르치며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교사 김추령은 ‘지금 당장’을 외친다. 산적한 문제 중에 ‘기후’를 꺼내든 건 우리가 직접 느끼고 피부로 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날씨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뻔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문제에 왜 ‘토론’을 제안했을까. 정치, 경제,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사람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개발과 보존은 동전의 양면처럼 뗄 수 없는 관계다. 산을 깎아 터널을 뚫고 갯벌을 메워 간척지를 만들고 원자력 에너지로 불을 밝히는 일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속성은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수많은 인간의 활동이 결국 지구를 병들게 한다.
대책은 있을까. 김추령은 기후 위기가 누구의 책임이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숲의 가치, 갯벌과 논 습지, 온실가스, 탄소 포집 기술,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등을 매우 현실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자. 저자의 주장대로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기 때문이다. 그래서 듣고 말하고 끊임없는 토론을 제안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상대방이 틀렸다고 말하는 대신 더 좋은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자고 손을 내민다. 지금 당장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
장 뤽 포르케 지음| 서해문집 | 2022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누가 주인이라고 생각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언제부터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라고 착각했을까. 공유지는 먼저 점령한 사람이 주인이고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 승자가 독식하는 게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논리일까. 여기에 반기를 든 동물들이 한데 모였다.
지구에는 인간과 공동생활을 하는 수많은 동물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그 동물들을 인간을 위한, 혹은 인간에게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본다. 장 뤽 포르케는 법정에 모인 동물들을 통해 인간의 오만을 꾸짖는다. 짧은 우화지만 여운은 길다. 멸종 위기의 동물들이 법정에 섰으나 그들은 비굴하지도 않고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도 않는다. 자기 종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열 종의 동물들은 맹렬한 심문에도 당당하다. 인간의 자비는 필요 없다는 수리부엉이, 벌레 2만 2000종을 보호해 달라는 갯지렁이, 농업용 살충제를 포기하라는 붉은제독나비……. 인간들의 뜻대로 판결이 내려질까. 가장 지적인 동물들이 벌이는 팽팽한 논박과 매서운 농담 속에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명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인간과 다른 동물을 차별한다. 동등한 가치로 모두 공존할 수는 없으나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을 버린다면 다른 동물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지혜로운 공존, 겸손한 태도가 인간과 지구, 아니 다른 동물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인간종만 사라진다면 다른 모든 생물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문장 하나가 이 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기후 문제를 비롯한 지구 환경 문제는 생태계 전체의 문제다. 인간이라는 단일 종에게 자연을 파괴할 권리를 아무도 주지 않았다.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에서 오히려 심판받는 대상은 인간이다. 이 짧은 우화가 주는 감동과 깨달음은 자연과 환경을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