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학을 재미없게 배운 사람만 있을 뿐이죠.”라는 저자 김민형의 말은 우리를 다시 고민에 빠지게 한다. 재미없게 배운 게 아니라 재미없게 가르친 건 아닐까. 학교는, 아니 우리 사회는 어떤 관점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까. 교과서가 아닌 청소년을 위한 수학책이 끊임없이 쏟아진다는 건 수학교육의 현실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일본의 수학 강사 스즈키 간타로에게 수학의 기본원리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 이제 에든버러대학교 수리과학 석좌 교수인 김민형에게 직접 수학 수업을 들어 보자. 『수학이 필요한 순간』으로 친숙한 저자가 수학 클럽을 개설했다. 두 명의 학생과 출판사 편집자가 결합해서 수학 수업을 진행한다. 일단 시험과 성적이 없고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니 수학 수업이 지겨울 리 없다. 배움의 기초는 호기심과 질문이다. 거기에 훌륭한 선생이 결합한다면 금상첨화다. 이 책은 가장 이상적인 수학 수업의 조건을 갖췄다.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방법과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하면서 배우는 방법이다. 물론 ‘이야기 수학 클럽’은 후자의 방법으로 수학에 접근한다. 빨대에 구멍이 몇 개인지, 뫼비우스의 띠를 자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저 번개는 얼마나 멀리서 쳤는지……. 돋보기로 들여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며 잠깐 딴생각을 하기도 하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자유롭게 그리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수학 공부에 저절로 빠져든다.
몬드리안의 그림, 은행 계좌의 비밀번호, 비행기의 이동 경로에도 수학에 깃들어 있다. 말하자면 세상 모든 곳에 수학이 숨어 있다. 수학은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한 가지이다. 우리는 때때로 매우 단순하고 분명한 답을 찾기 위해 수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수학은 우리에게 훨씬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를 제공하기도 한다. 오로지 시험과 성적에 매몰된 수학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청소년들에게 조금 더 재밌고 즐거운 수학, 생각하는 힘을 길러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학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