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자주 올려다본다. 무심코 올려본 하늘에서 둥그런 보름달을 보게 되면 그 순간 소원을 생각해내고 달님에게 그 소원을 이뤄달라고 빌곤 했다. 그럴 때면 왠지 달님이 나를 내려다보며 내 소원을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도 보름달을 좋아했던 것 같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시나 노래를 보면 사람들은 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달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며칠 있으면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추석이라는 말은 ‘가을 저녁,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두둥실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달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만나보자.
달님의 산책
김삼현 글·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6
달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하루의 여정이 끝나고 고요하게 잠자리에 들 때 들려주는 이야기의 소재에 ‘달님’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일 것이다. 밤길을 걷다 보면 달이 자꾸 따라오는 것 같다. 언제부터 따라온 건지 모르게 구름에, 나무에 숨었다가도 어느새 성큼 따라와 있다. 멀리 떨어진 듯 했다가 가까워져 있고, 밀당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림책 《달님의 산책》을 보면 달님이 우리를 자꾸 따라온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둥근 아기 보름달이 어스름한 저녁에 산책을 나간다. 들판에 자라고 있는 풀 냄새에 아기달님이 기분이 좋아 반짝반짝 빛이 나고, 처음으로 보는 강물에 비친 자기 얼굴에 깜짝 놀라고, 아기오리들과 다람쥐가 집을 잘 찾아가게 숲을 밝은 달빛으로 비춰주고, 밤기차를 따라가기도 하고, 고양이들과 숨바꼭질도 하며 논다. 이러한 밤나들이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아기달님에게 반짝반짝 호기심과 함께 기쁨을 준다. 이처럼 아기달님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이 공감하고 달님과 함께 기쁨을 나누게 한다.
아기달님의 산책 시간이 길어질수록 밤이 깊어짐을 밤하늘의 색감으로 잘 살려 그림으로 전해주고 있는데, 이는 아이들도 함께 밤이 깊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또한 문장마다 아이들의 감성을 일깨우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적절하게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
아침 해가 밝아오면‘오늘 하루도 참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가 이불을 덮고 잠을 자는 것으로 아기달님의 산책이 끝난다. 이 그림책을 다 보고 나면 아기달님과 함께 우리 아이들도 스르르 잠이 들것만 같다.
달님이랑 꿈이랑
양선 글·그림 | 사계절 | 2022
잠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 하루 동안의 지친 몸과 마음이 쉬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다. 잠이 잘 오지 않는 날은 다음날 온종일 피곤한 것도 힘들지만, 잠이 오지 않는 그 시간도 너무 괴롭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잠자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종종 무서운 꿈을 꾸고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게다가 무서운 꿈을 꿀까 봐 밤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일부러 잠을 안 자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그림책 《달님이랑 꿈이랑》에도 악몽을 꾸며 잠을 못 자는 한 아이가 있다. 어느 날 이 아이에게 추석날 밤에 뜨는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포근한 모습의 달님이 찾아와 말한다.
‘베개 속에는 꿈이 살고 있대.
나랑 같이 만나러 갈래?‘
아이는 두렵지만, 달님이 함께라서 용기를 내 베게 속에 사는 꿈을 만나러 간다. 아이에게 보이는 꿈은 검고 무섭게 생겼다. 하지만 달님은 아이에게 무서운 꿈을 공격하거나 내쫓지 않고 함께 놀자고 말한다. 무서웠던 꿈에게 살 집을 지어주고, 사탕으로 나무를 심어주고, 크레파스로 꽃을 그리고, 색종이로 나비와 새를 접는다. 그렇게 어둡던 꿈 세상이 밝고 화사하게 변한다. 이제 더 이상 아이는 꿈이 무섭지 않다.
나의 어릴 적을 생각해보면 깜깜한 밤이 무서울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애꿎은 할머니를 깨워 잠들지 못하게 하거나, 뜬 눈으로 빨리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었다. 그때의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게 전부였다. 그때 이 그림책을 만났다면 무서운 밤이 달님의 노란 빛으로 바뀔 수 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따뜻한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 속 화사하게 웃고 있는 보름달과 함께 행복하게 웃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