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집 뒤는 대나무 숲이었다. 어두운 밤이 되면 왜 화장실에 가고 싶은지.... 잠드신 할머니를 기어이 깨워서 호롱불을 들고 화장실에 가곤 했다. 볼일을 보다가도 “할머니~ 할머니 있어?”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모른다. 누구도 실제로 귀신을 본 사람은 없었지만, 우리 동네 아이라면 누구나 대나무 숲 귀신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고, 한 번쯤은 한밤중 화장실에 가지 못해 참았던 적이 있지 않았을까?
‘귀신’ 이야기라고 하면 어른이 된 지금도 일단은 멈칫하게 된다.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들고, 만나고 싶지 않은 대상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 속 주인공 영우는 귀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은 영우는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할머니, 귀신이라도 좋으니 나를 만나러 와 주세요.”
영우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세계 곳곳에 있는 귀신들에게 전해진다. 귀신들은 겁 없이 자신들을 보고 싶어 하는 꼬마 녀석을 혼내주기로 한다. 하지만 영우는 물귀신, 늑대인간, 흡혈귀, 도깨비, 미라 등 세계 곳곳에서 모인 귀신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왜냐면 그들은 귀신이 된 할머니의 친구들이니까. 영우의 사정을 알게 된 귀신들은 영우를 혼내주는 대신 도와주기 위해 저승사자에게 영우의 할머니를 데려와 영우와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과연 영우는 할머니 귀신을 만날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귀신들이 등장해서 흥미롭다. 귀신들은 꼬마에게 오히려 꾸지람을 듣고 한없이 작아진다. 정작 영우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은 무서운 귀신이 아니라 아주 작은 벌레였다. 마지막 장에 영우 친구 주완이도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잠자던 미라가 또 누가 나를 부르냐고 역정을 내는 장면이 무서움보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오싹오싹 재미있는 이야기가 잠시 더위를 잊게 만들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