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우리는 아직 괜찮다고 느끼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정여울 평론가의 산문집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는 말로는 털어놓기 어렵지만 글로는 쓸 수 있는 삶의 순간들을 담았다. 우리는 동물들이어서 상처를 받지만 또 상처를 치유할 길도 찾아낼 수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는 글들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동물이다. 욕망하고 움직이고 실수하고 공격하며 상처받는 존재. 우리가 식물보다 더 상처 입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끊임없이 움직이고픈 열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끝없이 움직임으로써 더 많이 상처받는 존재. 그러나 끝없이 움직임으로써 또 새롭게 상처를 치유하는 길도 더 맹렬하게 개척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 어쩔 수 없는 동물이다.”
정여울 평론가는 사람도 개도 고양이도 동물, 그러니 그 특성을 잘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자는 따스한 목소리를 낸다.
저자는 동물병원이 하나도 없던 어린 시절, 키우던 강아지를 귀여워만 했지 그 마음을 헤아려볼 엄두도 내지 않았다고 고백하며 뒤늦게 동물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킨다.
그는 훈련을 통해서 동물을 길들이고 통제하겠다는 오만하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나아가 과도하게 길들여진 동물들이 공포와 불안을 내면화하면 인간에게 반감을 가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표명한다.
동물이 고통을 숨기는 것은 더 강한 동물에게 공격당할 수 있을 거라는 본능 때문이다. 표현하지 않는 그 고통을 알아차려야 한다. 동물을 존중하고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사람의 마음 또한 그렇게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귀결된다.
친구의 반려동물인 몰티즈와 산책하는 동안 그 강력한 에너지에 압도당해 쓴 글은 사랑스럽고 울림이 크다.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것은 동물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강아지는 마음껏 뛰고 우리는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문득 깨닫게 된다. 너는 너의 기쁨을 열심히 추구하고 나는 나의 기쁨을 열심히 추구했을 뿐인데, 우리는 이렇게 완전히 충만하게 소통할 수 있구나.”
우리는 서로 다르게, 각자의 기쁨을 추구하며 충만하게 살 수 있는 동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