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이다! 어린이는 일단 신이 나지만 부모는 방학 동안 무얼 할지 고민이다. 영어, 수학, 역사 공부를 고민할 테지만 어린이가 “책이 재미있구나!” 하는 경험을 한 번은 할 수 있도록 도우면 좋겠다. 부모는 늘 자녀가 ‘피가 되고 살이 될 법한 책’을 읽기를 바란다. 학년에 어울리지 않는 쉬운 책을 기웃거리거나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 얼굴을 찌푸리고 걱정한다. 어린이의 읽기 태도에서 이런 단편적 현상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어린이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말하자면 ‘인생책’이다. 인생의 책이 어른만 있는 게 아니다. 어린이가 ‘이 책은 정말 흥미진진해, 이 작가가 정말 좋아’라는 생각이 들면 그게 ‘인생책’이다. 무릇 여름 방학은 어린이가 그런 ‘인생책’을 만드는 시간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어린이의 인생책이 꼭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은 아니라는 사실.
고양이 해결사 깜냥. 1-4
홍민정 지음
창비 2020-2022
초등 3-4학년은 고급 독자가 될지 말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의 시간이다. 이럴 때일수록 어린이를 매혹할 ‘인생책’이 필요하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이 그런 책이다. 책 읽기를 정말 싫어하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를 만난 적이 있다. 마침 《고양이 해결사 깜냥》을 읽었는데 “친구들이 왜 ‘깜냥’이 재미있다고 하는지 알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어린이들이 깜냥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다. 깜냥 캐릭터 그림을 비롯해 동화 속에 묘사된 깜냥의 말과 행동이 너무 귀엽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기르고 싶은 어린이는 물론이고 이미 고양이를 기르는 어린이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주인공 깜냥은 떠돌이 고양이인데 어디서든 일종의 해결사 노릇을 한다. 1권에서 아파트 관리실에 머물며 주민들의 불편 사항을 해결해준다. 4권에서 눈썰매장에서 역시나 어른도 쩔쩔매는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한다. 처음부터 깜냥이 활약하는 건 아니다. 처음 어른들은 고양이 깜냥을 하찮게 여긴다. 문전 박대하거나 얕잡아 보기도 한다. 어른들은 깜냥에게 고양이에게 일을 맡길 만큼 한가하거나 허술한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른이라도 모든 일을 잘하는 건 아니다. 이때 깜냥의 도움이 꼭 필요해진다. 짐작하겠지만 깜냥은 어린이다. 마치 깜냥처럼 어린이도 어른을 돕고 싶어 한다. 어린이가 깜냥을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만복이네 떡집. 1-6
김리리 지음
비룡소 2010-2022
《만복이네 떡집》은 초등 저학년 사이에서 유명한 동화다.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도 실렸다. 전국 초등학교 교사들이 ‘한 학기 한 권 읽기’ 도서로 가장 많이 선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2022년에는 시리즈 여섯 권을 합쳐 1백만 부가 넘게 팔리는 기적을 이룬 동화다.
‘만복이네 떡집’을 시작으로 ‘장군이네 떡집’과 ‘소원 떡집’을 거쳐 ‘양순이’와 ‘달콩이’ 그리고 ‘둥실이네 떡집’까지 출간되었다. 뭔가 문제를 안은 어린이 앞에 마법의 떡집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 구성이 시리즈에 반복된다. 다만 시리즈마다 주인공과 사연이 달라진다. 1권인 《만복이네 떡집》을 읽고 나면 다음 권부터는 책 읽기가 서툰 저학년 어린이라도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어린이들이 첫 권을 읽고 나면 이야기의 패턴을 짐작할 수 있다. 시리즈의 다른 권을 읽을 때도 부담 없이 몰입하기에 좋다. 어른이 되어 만난 인생책이 삶의 방향을 바꾸어 주듯 어린이가 만난 인생책은 읽기의 재미를 스스로 깨달아 읽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