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무관하게 왜 사느냐는 질문에는 누구나 쉽게 답하지 못한다. 인간의 삶은 ‘우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생명 탄생의 신비는 경이로움을 너머 커다란 감동에 가깝다. 부모와 인연을 맺고 친구를 만나 우정을 나누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 자체가 모든 순간이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별하고 병들어 죽는다. 생물학적 존재론서 삶의 전 과정은 이미 정해져 있다면 사는 동안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이러한 고민이 없으면 대체로 타인의 욕망을 좇아 살게 된다. 명문 학교, 안정된 직장, 넉넉한 수입, 건강한 일상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부나방처럼 생각 없이 성공을 향해 달리다 어느 날 문득 가슴 속에 ‘의심’이 싹 트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세계 최고 명문 학교인 ‘평생직장 보장학교’에 다니는 마일로가 그렇다. 취침 시간, 음식, 운동, 수업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두페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학교에서 불안과 의심은 금물이다. 하지만 마일로는 학교의 방침에 의구심을 품는다. 철학 교사 어설리는 마일로를 통제하지 않고 “철학이란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며 “우리가 확실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교가 감춘 미스터리를 밝히려는 마일로의 용기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마일로와 어설리의 수업에 다섯 명이 더 참가하면서 ‘미스터리 철학 클럽’이 탄생한다.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학교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거대한 세상의 음모를 파헤치려는 용기는 오직 철학 하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지혜다. 질문하는 삶, 의심하는 태도가 미래를 바꾼다.
에우리피데스, 플라톤, 니체, 시몬 베유, 비트겐슈타인, 카를 마르크스 등 열 여섯명의 철학자를 등장시켜 그들의 철학적 통찰을 현실에 접목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처럼 딱딱하고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는 철학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철학 대화를 하다 보니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하는 전교 1등 세라 루이스 말처럼 우리는 철학적 고민을 통해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수많은 철학자가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 지금 걷고 있는 방향이 괜찮으냐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