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IS의 폭탄 테러, 절망스러운 여성의 얼굴들, 일명 ‘미라클’ 작전으로 한국에 도착한 아프간 사람 등 탈레반과 난민 소식이 어지럽다. 과거 여성 인권을 억압하고 공포정치를 폈던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이 돌아오며 아프간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많은 아프간 사람들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등지고 난민이 되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시리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 국가를 떠올리면 자연 전쟁, 테러, 탈레반과 IS, 난민 등 부정적 이미지가 중첩된다. 폭력과 테러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다만 이유를 찾다 보면 이슬람 세계에 드리운 고통스러운 역사와 만나게 된다. 한 예로 ‘탈레반’ 세력을 키운 건 미국의 지원이었다. 구소련이 아프간을 점령(1979~1989년)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그 이전 팔레스타인 지역을 이스라엘에 빼앗긴 아랍인들의 분노와 미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 또한 도사리고 있다. 이런 역학관계를 이해하려면 세계사 지식이 필요하다. 어린이와 십 대에게 역사란 골치 아픈 과목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날 때 역사는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생생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슬람과 난민을 다룬 두 권의 책을 통해 뉴스 너머의 진실을 만나 본다.
어린이 이슬람 바로 알기
이희수 지음
청솔 2016
국내에서 이슬람 전문가로 통하는 이희수 선생이 어린이를 위해 쓴 이슬람 바로 알기 책이다. 테러와 인권 탄압 등으로 얼룩진 이슬람의 진실을 알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슬람 지역은 세계 문명의 발상지이며, 기독교나 불교보다 많은 16억 인구 57개국 사람들이 믿는 종교다. 아랍지역만이 아니라 중국(위구르족과 회족),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에 더 많은 무슬림이 살고 있다. 만약 이슬람교가 우리가 지닌 선입관처럼 부정적인 측면만 있다면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 곁에 살아남을 수 없다.
사실 7세기 초에 시작된 이슬람교는 다양한 문화와 사상을 받아들인 개방성과 포용성을 지닌 종교다. 한 예로 이슬람 성원인 모스크에서 집단 예배를 할 때 왕이건 신하건 평민이건 백인이건 흑인이건 모두가 동등하다. 하느님 안에서 민족, 피부색, 언어에 따른 차별은 인정되지 않고 평등을 강조하며 이슬람교에는 성직자조차 없다.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도와줄 어린이를 위한 첫 번째 이슬람 교양서이다.
밤의 일기
비에라 히라난다니지음
다산기획 2019
2019년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난민이 된 소녀가 험난한 여정을 겪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작품이다. 특히 난민이 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영국 식민지배를 벗어난 인도는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가 각각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한다. 주인공 니샤가 살던 곳이 갑자기 파키스탄이 되자 힌두교도인 아버지와 가족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결국 모든 걸 버리고 난민이 된다. 국경을 넘기 위해 사막을 걷다 죽을 뻔하고 필사적으로 기차에 매달린다. 아빠는 “남이 내리길 기다리지 마! 무조건 올라타!”라고 소리 지른다. 기차에서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와 시크교도가 서로를 죽이자 니샤는 인도가 하나였던 때를 기억해달라고 절규한다.
니샤 가족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시리아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된다. 서로를 증오하는 지옥과도 같은 현실은 동화 속 니샤가 겪은 일과 그리 다르지 않을 테다. 다만 니샤는 이 모든 일을 죽은 엄마에게 편지로 털어놓는다. 글을 쓰며 자신을 돌본 셈이다. 동화를 더 각별하게 만드는 건 풍미 가득한 힌두교와 이슬람 요리 이야기다. 세상은 분열되고 증오가 넘치지만 음식은 사람을 모은다. 일기를 쓰고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니샤를 통해 작가는 이런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