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몫 없는 이들의 몫”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사회적 실천들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는 장영은 저자는 여성 정치인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그렸다. 법률과 행정, 문학과 예술, 교육과 언론, 종교와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들을 정치인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고백한다. 왜 여성 정치인에게 끌렸는가. 한 여성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드는 이유를 짐작해보려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여성, 정치를 하다>는 3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누구를 위해’ 2장 ‘어떻게’ 3장 ‘무엇을 위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각 장마다 7명의 세계적인 여성 정치인을 다루어 총 21명의 삶과 활동이 정리되어 있다.
프랑스의 정치인 시몬 베유부터 이슬람권 여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법조인 시린 에바디까지 21명은 견고한 편견의 벽을 온몸으로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혔다.
1장에는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포함되어 있다. 열한 살 말랄라가 파키스탄의 뉴스채널 Geo와 BBC에 나가 토한 열변은 올바른 정치인의 목소리였다. “어떻게 감히 탈레반이 교육받을 권리라는 내 기본권을 빼앗는 건가요?” 기본권의 몫을 빼앗긴 사람이 그 몫을 찾으려는 행위가 곧 정치다.
개인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한 사람의 정치적 행위는 다수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2013년에 설립된 말랄라 재단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해나가는 기반이 되었다.
장영은 저자는 강조한다. 2008년 방송에 출연해 탈레반을 비판했을 때부터, 2009년에 BBC 웹사이트에 일기를 연재했을 때부터, 유엔에서 아동과 여성의 교육권 보장을 호소할 때부터 말랄라는 중요한 정치가였다고.
직업 정치인뿐만 아니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 존 바에즈 뮤지션, 케테 콜비츠 화가까지 다양한 인물이 포함된 명단은 우리 삶을 윤택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정치의 영역임을 환기한다.
여성 정치인은 성취하고 또 좌절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 성취의 기록을 남기려고 책을 쓰지 않았다. 그들이 남긴 말과 차마 남길 수 없는 말 사이의 간극을 상상해보고 우리의 시대가 여성 정치인에게 어떤 빚을 지고 있는지, 우리는 그 빚을 빛으로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나는 흔쾌히 그 생각에 머리를 맞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