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후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가 2천명이 넘었다. 백신을 신속하게 접종해 집단면역에 도달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파력이 강한 델타변이가 등장하며 이상신호가 생겨났다. 이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은 영국이나 이스라엘에서도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백신만 맞으면 끝나겠지 했지만 3번째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느니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인식하지 못했을 뿐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미생물이 우글우글하다. 인류 문명이 멸망하고 난 후에도 미생물은 여전히 지구에 살아남을 것이다. 루이 파스퇴르가 질병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전까지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때마다 사람들은 외부인, 튀는 여성, 이교도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단지 지식이 부족했던 중세시대만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과 동양계에 대한 혐오행동은 같은 맥락이다.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으면 두려움에 굴복하고 가짜 뉴스가 만들어진다. 이번 기회에 아이들과 전염병을 다룬 책들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 해도 면역체계나 세계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관련 책을 읽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만화로 전염병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있다.
백신의 역사
돈 브라운 지음
두레 2021
영국의 메리 위틀리 몬터규 부인이 화자로 등장해 인류가 천연두 바이러스를 막게 된 과정을 만화로 보여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19세기 후반 파스퇴르가 만든 백신,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한 조너스 소크 박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한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물론 책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건 천연두다. 천연두는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었고 살아남는다 해도 흉터가 남았다. 고대 이집트의 람세스 5세의 미라에도 천연두 흉터가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전염병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천연두는 십자군, 유럽의 탐험가, 식민지 개척자들을 따라 세계의 이곳저것으로 전파되었다.
1713년 천연두가 영국을 휩쓸 때 몬터규 부인은 천연두에 걸렸다. 죽음을 피한 그녀는 영국 외교관과 결혼하고 1717년 오스만 제국에 살다 마마 접종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전부터 중국이나 아프리카 등에서는 천연두 물집에서 고름을 채취해 건강한 사람의 피부에 상처를 낸 뒤 집어넣는 방식으로 접종을 했다. 이전까지 유럽에서는 꺼려했던 방식이다. 부인은 두 자녀에게 시술했고 소문이 퍼지며 대중화했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천연두를 옮기는 방식을 인두접종이라고 부른다면, 의사이자 과학자인 제너는 우두 접종으로 천연두를 막아냈다. 소젖을 짜는 세라의 우두 물집에서 짜낸 고름을 제임스 핍스의 팔에 상처를 내고 넣은 것. 다음으로 제임스에게 천연두 고름을 넣었지만 걸리지 않았다. 면역이 생겼다. 제너는 ‘소에서 왔다’는 뜻의 라틴어를 따서 vacination(우두접종)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백신의 어원이다.
전염병
팰린 코크 지음
길벗어린이 2017
백신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면역계가 반응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전염병>이라는 만화책을 통해 살피는 편이 재미있다. 과학자 엘레나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기 몸속으로 들어가 미생물 병원체와 몸의 상관관계를 조사한다는 설정이다. 시뮬레이션 된 몸에서 세균만큼 작아진 엘레나는 가래톳페스트, 황열병 바이러스 그리고 백혈구와 함께 병원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살핀다. 목적은 모든 병원체의 본능인 파괴적인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병원체와 백혈구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 질병이 생기는 과정이나 면역체계의 원리를 쉽게 알 수 있다. 책에는 병원체의 종류, 페스트 같은 팬더믹의 역사와 이에 맞선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소개된다.
특히 세균과 다른 바이러스를 비유를 통해 쉽게 해설한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혼자 복제할 수 없고 숙주 세포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돌기가 있는 바이러스는 이를 이용해 세포에 달라붙는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백혈구 B세포는 맞춤형 항체를 만든다. 바이러스는 세균처럼 죽여 없앨 수 없다. 그러니 맞춤형 항체의 역할은 바이러스를 무력하게 만들어 감옥에 가두는 것이다. B세포가 특정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법을 기억할 수 있는데 이 능력을 면역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백혈구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바이러스는 유전 암호를 조금만 바꾸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돌연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에게는 이전 항체로 공격해도 효과가 없다. 이것이 바이러스와 면역체계의 기본 구조다.
전염병을 다룬 책들을 읽어보면 과학 지식 가운데 쉽게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나서야 발생 이유와 퇴치 방법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천연두 백신조차 수많은 사람들의 불신과 반대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는 여전히 전염병에 대해 배우는 중이며 그중 하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