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자리에 머물러 자신을 살펴보는 것, 실패한 자리에서 끝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 그리하여 성공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는 것. 예술가의 숙명일 것이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은 뮤지션이자 작가 요조의 산문집이다. 음악 작업을 꿈꾸며 눈을 빛내던 이십 대의 이야기부터 예술가이자 성실한 직업인이 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삶의 궤적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매번 온 힘을 다해 앨범을 만들고 책을 써도 잘될지 확신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고단함을 털어놓지만 책 제목을 따온 박연준 시인의 시구처럼 겁을 안 내고 패배를 사랑하게 된 저자의 목소리는 영롱하다.
“몸으로 말해야 한다면/ 두려움 없이 시작해야 한다면/ 루시,/ 난 겁 안 나/ 그게 뭐가 중요하니 // 패배를 사랑하는 건 우리의 직업병 / 웃다가 쓸쓸해지는 건 얼굴이 미래를 보았기 때문”(박연준 시 ‘음악에 부침-낙원악기상가를 떠도는 시인, 루시에게’ 중에서)
공연 무대를 오를 때마다 불안감에 떨고 노래가 안 써진다고 애인 앞에서 눈물바람을 하는 저자에게 이 시는, 그 불안과 눈물바람을 원고로 쓰라고 용기를 준다. 겁나서 못한 일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예술가의 직업병을 노래하는 시가 크게 위무한 것이다. 사는 게 여전히 겁나지만, 겁이 난다는 사실은 하나도 겁 안 나는 용감한 상태, 이 상태로 노래하고 글을 쓰는 일의 기록이다.
“책을 쓰면서 수없이 반복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자기가 쓴 것을 다시 읽는 일이다. 계속 써나가기 위해, 갑자기 딴 얘기로 새지 않기 위해, 더 정확한 글로 완성하기 위해 조금 쓰고 읽고, 또 조금 쓰다가 읽는 일을 반복하며 자신의 글을 점검한다. 앨범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녹음하면서 동시에 수없이 반복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듣는 일이다.”
잘 쓰기 위해서 그만큼 읽고 잘 부르기 위해서 그만큼 듣는다는 저자의 태도는 성공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 실패를 사랑한다는 말로 제목을 이해해도 좋다는 인사말을 전한다. 이 인사가 하도 따뜻해서 책을 꼭 껴안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