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문화진흥팀에서 전하는 주간북레터입니다. (8월1주)

2021. 8. 3.

8월1주

주간 북레터

스포츠라는 드라마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출전한 양궁을, 펜싱을, 배구를, 높이뛰기를 관전하며 가슴을 졸이고 탄식과 감탄의 박수를 보낸다. 승리야 당연히 기쁜 일이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해도 승패를 바라보는 시선은 과거와 달라졌다. 미국의 체조여왕 시몬 바일스 선수가 여자 체조 단체전에 기권한 일을 대하는 태도가 대표적이다. 기권의 이유가 부상이 아니라 중압감이기 때문이다. 바일스가 빠진 미국 대표팀은 러시아에 뒤져 은메달을 땄다. 부상 투혼을 높이 샀던 과거라면 당연히 비난받았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이다.

올림픽 시즌에 맞춰 스포츠를 소재로 한 작품을 따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와 승리만을 바라보지만 진짜 스포츠에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훨씬 많다. 어쩌면 십 대시절 스포츠를 한다는 건 앞으로 삶에서 겪어야 할 수많은 실패를 미리 겪는 일일지도 모른다.

달리기의 맛

누카가 미오 지음

창비 2017

육상선수 마이에 하루마와 마이에 소마는 형제다. 형인 소마는 단체전 경기에서 동생인 하루마의 부진을 만회하려고 전력 질주하다 부상을 당한다. 수술 후 재활치료를 하던 그는 돌연 학교 조리부에 들어가 요리에 몰두한다. 심지어 육상을 포기하고 영양 조리사가 되겠다고 한다. 전도유망하던 육상선수 소마는 왜 달리기를 멈추었을까. <달리기의 맛>은 점점 더 잘 달리는 동생 하루마가 아니라 달리기를 포기하려는 소마의 이야기에 큰 비중을 할애한다.

기량이 점점 나아지는 동생 하루마와 달리 형인 소마는 부상으로 멈추어 섰다. 모두가 자신을 추월해 달리는 것만 같다. 모든 운동선수가 초등에서 중학으로 다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마다 함께 운동했던 선수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본다. 지금은 아니지만 곧 퇴장하는 선수가 자신이 될지 모른다. 소마 역시 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좋아해서 열심히 했고 잘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된다. 언제나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있으며 자신을 추월하려는 선수가 얼마나 바짝 뒤따라오는지.

<달리기의 맛>은 육상을 포기하고 돌연 요리에 몰두하는 어쩌면 패배자일지 모를 소마를 통해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의 이야기를, 질 것을 뻔히 알고도 달리기를 즐길 수 있어야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꼭 달리기에서 이기지 않아도 각자의 삶에 결승이 있다. 하루마도 소마도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그 결승점을 향해 달리면 된다.

오늘부터 티볼!

박상기 지음

비룡소 2020

야구와 비슷하지만 다른 티볼이란 스포츠가 있다. 야구의 위험 요소를 없앤, 팀워크를 강조하는 야구 비슷한 게임이다. 티볼에는 투수가 없고 10명이 주전으로 뛰며 이중 여자 선수 5명이 포함되어야 한다. 초등 체육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다.

호정초등학교는 작년보다 학생 수가 줄어 전교생이 겨우 12명이다. 인원이 모자라 피구로 스포츠 클럽 대회에 참가할 수 없자 티볼을 하기로 한다. 피구는 15명이 필요하지만 티볼은 12명으로 참여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티볼 연습이 시작되며 아이들의 사정이 하나둘 소개된다. 하찮은 일로 따돌림을 받는 예린이, 일등을 놓치며 ‘스따’가 되어버린 침묵 마녀 민지, 전학 때문에 고민이 많은 찬욱이, 부모가 이혼한 제연이와 세형이 남매의 이야기가 티볼 속에 펼쳐진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체육을 하던 아이들도 아니고 연습을 하지만 대회에 나가 금방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경기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아이들은 운동을 하며 한마음이 된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을 넘어선다. 십 대에게 스포츠가 꼭 필요한 이유는 이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스포츠 경기를 통해 앞으로 겪어야 할 수많은 실패를 미리 겪어 보는 일이다. 우리는 이길 때가 아니라 질 때 더 많이 성장하는 법이니까. 호정초 아이들을 만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 한미화(칼럼니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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