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의 하루하루가 정겹고 단정한 문체로 기록되어 있다. 가마쿠라 시골에서 11대째 문방구를 운영하며 대필업을 하는 여성 주인공이 매력적인 소설 <츠바키 문구점>을 쓰고 책으로 만들던 때의 이야기다. 작가의 일상은 글로 변환되면서 윤기를 얻고 힘을 갖는다. 그 힘은 선한 영향력이 되어 읽는 사람에게 삶에 대한 긍정성을 높인다.
요리하고 여행하고 글 쓰는 생활에는 격한 감동이나 통찰력을 주는 특별한 순간은 거의 없지만 사람살이에 필요한 소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호명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우리의 국적이 무엇이든 원하는 삶은 같은 것이다. 가족과 이웃은 다정하되 틈을 갖고 여유를 확보하는 것, 사회나 국가는 구성원의 안전과 평화를 체제로써 지켜주는 것이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여름마다 독일에 체류하는 오가와 이토 작가는 현지인의 배려와 친절을 경험하며 말한다.
“내가 전철 환승을 할 줄 몰라 난감해하고 있으면 바로 누군가가 가르쳐준다. 독일인에게 그것이 나치독일을 지지했던 것을 반성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반성하는 마음’이 이 사람들 마음속 깊이까지 스며들어 있는 걸 느낀다.”
일상 속에서 역사의 ‘반성하는 마음’을 읽어내다니.
그리고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마음을 기록했다. “후쿠시마 사람들의 마음은 모른 체하고 올림픽으로 고조된 분위기에 나는 죄책감을 느낀다. 엠블럼이네, 성화대네, 문제가 잇따르는 것도 저주받아서가 아닌가 싶다.”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발견한 ‘반성’과 ‘죄책감’이라는 단어는,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역사를 외면해서도 안 되고 주위에 무심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우는 듯했다.
맛있는 크로켓을 만든 날, 집이 양식당 같다고 흐뭇해하는 소박한 작가의 마음은, 글은, 그래서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