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라는 말을 자주 만나게 된다.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뮤직 비디오를 메타버스에서 공개했다느니 코로나 팬더믹으로 대학 축제나 신입사원 연수를 메타버스로 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메타버스’는 간단히 말해 가상세계다. ‘나는 메타버스를 경험한 적이 없는데…’ 싶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가상세계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내 삶을 디지털 공간에 기록하는 ‘라이프 로깅 세계’ 즉 메타버스다. 엄청나게 인기를 얻었던 게임 ‘포켓몬고’에서 보여준 증강현실도 메타버스다. 아이들도 이미 게임으로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있다.
부모라면 게임을 하는 자녀를 고운 눈으로 볼 수 없다. 만화와 게임은 부모들이 골머리를 앓는 두 가지 골칫덩어리다. 분명한 건 코로나 팬더믹 이후 세계는 메타버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조건 금지보다는 아이들이 가상세계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게임을 소재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지닌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부모라면 아이들과 더불어 읽어볼 만하다. 마치 가상세계에 접속한 듯 생생하게 게임의 세계가 그려진 책을 통해 게임이 주는 즐거움과 역동성을 대리 체험해볼 수 있다.
게이머 걸
코리 닥터로 지음, 젠 왕 그림
다산기획 2019
아이들은 가상현실 배경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게임을 판타지로 인식한다. 현실의 갈등과 어려움을 잊을 수 있다는 건 가상 세계의 매력이다. 하지만 <게이머 걸>은 단호하게 게임도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그래픽노블이다.
앤다는 지극히 평범한 여학생이지만 가상세계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전투적인 게이머다. 알다시피 게이머는 게임 미션을 수행해서 게임머니를 벌고 무기나 아이템을 구입하고 레벨을 높인다. 하지만 게임에서도 돈을 주고 게임 머니나 아이템을 쉽게 살 수 있다. 게임도 현실 세계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앤다는 열악한 상황에 놓인 레이먼드를 알게 되며 게임 속에 숨은 부조리를 인식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앤다는 자존감이 서서히 높아지고 성장한다.
독자가 마치 가상 현실로 접속해 들어가 전투력 넘치는 앤다로 활약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역동적인 젠 왕의 그림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게임 안팎에서 모두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충분히 멋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여성 게이머를 주인공으로 삼은 여성의 서사라는 점 또한 새로운 작품이다.
마지막 레벨 업
윤영주 지음
창비 2021
게임을 배경으로 과연 어떤 삶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정면으로 묻는 작품이다. 게임에 빠져드는 마음이나 게임 속 가상현실이 작동하는 세계관이 잘 그려진 본격 게임 동화다.
열세 살 선우는 부모가 고대하던 ‘미래 영재 학교’에 입학했지만 불행하다. 갈등이 두려워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학교에서는 범호의 지갑 노릇을 한다. 친구도 없다. 선우가 쉴 곳은 오로지 가상현실게임 ‘판타지아’뿐이다. 그곳에서 선우는 ‘지존용사’라는 아바타로, 드래곤을 타고 대포를 쏘는 근육질 영웅으로 활약한다. 선우는 ‘판타지아’에서 원지를 만나 친구가 된다. 신비로운 힘을 지닌 원지는 알고 보니 가상세계에서 사는 존재. 아버지가 죽어가는 딸의 몸을 포기하고 뇌를 판타지아에 연결한 것. 원지는 자라지도 다치지도 않는 ‘판타지아’를 감옥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선우에게는 ‘현실이 지옥’이다.
과연 어디가 지옥이고 어디가 천국일까. 원지의 아빠는 선우에게 현실의 삶을 버리고 아예 원지와 함께 판타지아에서 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가상현실게임을 하지 않아도 ‘부캐’가 자연스러운 세상이다. 동화는 원지를 내세워 영원히 아바타로 사는 삶을 진지하게 묻는다. 원지는 그 삶은 안전할지는 모르지만 모험이 없는 가짜의 삶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지가 없는 삶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으며 비록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진실을 찾는, 모험을 할 수 있는, '진짜'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