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지구인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비닐봉지는 얼마나 될까. 1분에 100만 개라고 한다. 계산해보면 지구인은 하루에 무려 864억 개의 비닐봉지를 쓴다. 문제는 플라스틱 비닐봉지 말고도 인간이 버리는 플라스틱 빨대, 스티로폼 그릇, 플라스틱병 등은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 플라스틱 비닐봉지 하나가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이 걸린다. 인간이 버리는 쓰레기 중 일부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바다로 흘러가 플라스틱 섬을 만들거나 바다 생물들에게 위협이 되거나 작게 부서져 동물의 몸에 축적된다. 7월 3일은 ‘세계 일회용 비닐봉지 안 쓰는 날’이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사용하고 버린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다 생물을 병들게 하는 모습을 그린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바다 생물을 지키는 일이 곧 인간을 지키는 일이다.
할머니의 용궁여행
권민조 지음
천개의바람 2020
2015년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이 발견되었다. 희귀종인 '올리브바다거북'은 코에 박힌 빨대 때문에 숨을 쉬기가 곤란했다. 이를 발견한 연구진들은 코에 박힌 빨대를 빼냈고 이 과정에서 거북이는 피를 흘리고 고통스럽게 신음을 냈다. 이 사실이 전 세계에 전해지며 큰 충격을 안겼다.
<할머니의 용궁여행>을 읽으면 올리브 바다거북이 떠오른다. 아마 권민조 작가 역시 빨대가 코에 박힌 거북이 사진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리브 바다거북은 작가에게로 와서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우선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로 작가는 할머니 해녀를 내세웠다. 할머니가 물질을 하러 바다로 들어갔더니 광어가 “저 좀 살려주이소”하고 부른다. 따라갔더니 세상에나 용왕이 아프다고 간을 내놓으라고 한다. 살펴 보니 용왕 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있었다. 할머니가 용왕을 구해주자 플라스틱 때문에 고통받던 바다 생물들이 너도나도 살려달라고 매달린다. 할머니 말대로 “푸라스틱 한번 써보기다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아프고 병든 바다 생물에게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해양 쓰레기 문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접근방식이 새롭다. 해학적인 할머니 말투와 원색을 풍성하게 사용해 그린 만화풍의 그림과 옛이야기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수작이다. 해녀 할머니 말대로 “무조건 바다부터 살린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플라스틱 섬
이명애 지음
SANG 2020
북태평양의 하와이섬과 캘리포니아 사이에 거대한 섬이 있다. 우리나라의 15배나 되는 엄청난 면적이다. 화폐에 여권, 국기까지 있지만 사람은 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 살 수 없다. 플라스틱 섬이다.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리는 이곳은 ‘태평양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쓰레기의 땅’이다. 이곳뿐 아니라 북대서양, 인도양, 남태평양, 남대서양 환류가 흐르는 곳에 쓰레기 섬이 4개 이상 더 존재한다.
이명애 작가의 <플라스틱 섬>은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끔찍한 재앙의 섬이 된 모습을 정직하게 그린다. 이 그림책으로 작가는 2015년 BIB 황금패 상을 수상했고 얼마 전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해류에 떠도는 플라스틱은 쓰레기 섬을 만드는 데서 끝이 아니다. 분해되지 않고 잘게 부서져 더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바다 생물들이 잘게 쪼개진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한다. 혹은 먹이와 함께 미세 플라스틱을 먹어 성장과 번식에 장애를 겪거나 질병에 시달린다. 그렇게 되면 다음 단계의 포식자인 인간에게도 그 재앙은 이어진다.
검색을 하면 플라스틱 섬의 모습이나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바다 생물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책을 읽고 함께 자료를 찾으며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어린이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