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한 분이 희생되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픈 일이다. 목숨 바쳐 일하며 우리 사회를 밝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119 구급대원과 소방관을 비롯하여 새벽 버스 운전기사, 한밤중 도로공사 인부, 응급실 당직 의사......수많은 사람이 일하며 빛난다.
‘직업’과 ‘일’의 사전 뜻은 조금 다르다. ‘일’은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이고,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직업을 갖는다. 그 직업을 통해 하는 일 중에는 대가나 생계를 유지하는 경제적인 측면 외에 타인을 돕고 사회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힘이 되는 숭고한 활동이 있다.
일하며 빛나는 사람 이야기, 김하종 신부의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과 이다혜 기자의 <내일을 위한 내 일>을 읽는다. 신부를 직업이라고 표현하는 건 모순이지만 온몸으로 이웃을 위해 일하는 모습은 종교적 직분을 떠나 감동적이다. 자신의 일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타인을 성장시키는, 일 잘하는 여성들과 이야기 나눈 이다혜 기자의 책에서 특히 비영리단체 대표로서 청소년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 기여하는 엄윤미 대표의 일에 주목했다.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
김하종 지음
니케북스 2020
한국에서 1990년부터 빈민 사목을 시작한 이탈리아인 김하종 신부는 2015년 귀화했다. ‘하느님의 종’이란 뜻의 이름도 얻었다. 1993년부터 노숙인을 위해 무료 급식을 시작했고 노숙인의 재활을 북돋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는 오늘도 700명의 노숙인의 한 끼를 위해 온몸을 던져 일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서울과 수원 등 모든 무료 급식소가 방역 문제로 문을 닫았지만, 성남의 김하종 신부는 매일 도시락을 만들어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안아주고 나눠주고 의지가 되는’ 의미의 ‘안나의 집’은 2018년에 지어졌고, 김하종 신부와 노숙인들은 이곳에서 삶의 의지를 나누며 재활 프로그램을 공유한다.
<순간의 두려움 매일의 기적>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일 기적처럼 봉사자들이 찾아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노숙인을 대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눈물나게 사랑으로 가득한 일인지 알려주는 기록이다.
혹시나 밥을 대접할 수 없는 상황이 올까봐 두려움에 떨지만, 기적은 매일 일어난다. 왜 김하종 신부는 사제복이 아닌 앞치마를 입고 음식을 만들고 있을까. 자신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기에 당연히 하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김하종 신부의 글에서는 일하는 기쁨과 행복이 흐른다.
정성스럽게 준비된 한 끼를 먹는 노숙인에게 사랑은 중단 없이 지속된다. 우리 사회의 약자인 노숙인에 대한 사랑은 일하는 신부의 최선과 맞닿아 있다. 일하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김하종 신부를 노숙인의 곁으로 보낸 신의 뜻을 마음에 새긴다.
내일을 위한 내 일
이다혜 지음
창비 2021
영화전문기자인 이다혜 기자가 일하는 여성들을 만났다. “일의 방식과 가치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일의 전망이라는 것 역시 부침을 겪는다”라는 전제로 일하는 여성의 성장담을 전하는 책 <내일을 위한 내 일>. 특히 2014년에 벤처 기부펀드로 설립된 비영리단체 ‘C프로그램’ 엄윤미 대표의 이야기를 인상 깊게 읽었다. 투자 수익을 요구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는 것, 다음 세대를 위한 놀이와 배움에 투자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C프로그램’의 모든 프로젝트는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가령 서대문 자연사박물관과 함께한 프로젝트 ‘공룡 발밑에서의 하룻밤’ 프로젝트는 아이가 있는 가족들에게 한밤의 박물관은 어떤 공간이 될까 하는 호기심 어린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영리단체처럼 이익이 남느냐를 기준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변화에 어떤 도움이 될까를 우선 생각하는 실험을 계속하는 일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기여하는, 선한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 그야말로 이타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일은 이익을 좇아 질주해야 잘 산다는 강박의 자본주의사회에서 새로운 길을 내고 있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매우 긴요한 일이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에는 환한 빛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는 일하며 성장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과 함께 나아가는 일은 스스로 빛나고 주위를 빛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