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이름의 그림책 작가들이 있다. 사이다만큼이나 밤코도 독특하다. 밤처럼 생긴 코를 일컫는다는데, 만화처럼 경쾌한 그림, 래퍼처럼 텍스트를 마음껏 부리는 작가의 흥겨움과 이름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
그림책 <모모모모모>를 한 마디로 말하면 ‘벼농사 그림책’이다. 농부가 봄에 모를 심어 가을에 벼를 수확해 쌀을 거둘 때까지 일년 동안의 수고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런 류의 논픽션을 만나면 알게 모르게 기대되는 스타일이 있다. 세밀화 풍의 사실적인 그림, 벼의 모습에 대한 적확한 묘사, 농부의 땀과 눈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 하지만 <모모모모모>는 이 모든 걸 배반한다. 구태여 말하고 그리지 않았지만 쌀 한 톨도 귀중히 여겨야겠구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일 년 벼농사의 과정을 떠올려 보자. 옮겨심기 위해 벼의 싹인 모를 먼저 기른다. 못자리에서 기른 모를 논에 옮겨 심는 일을 모내기라고 한다. 논에 모를 심고 나면 벼만 자라는 게 아니라 피도 자란다. 농부는 벼가 잘 자라게 하려고 피를 뽑아야 한다. 벼가 쑥쑥 자란다 싶으면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와서 벼가 쓰러진다. 이를 묶어 주는 일도 필요하다. 가을이 오면 익은 볍씨가 달린 벼가 고개를 숙인다. 농부는 벼를 추수해 탈곡기에 넣어 볍씨를 분리한다. 도정 작업을 거쳐 볍씨의 겉껍질을 벗겨내면 드디어 우리가 아는 쌀이 된다. 이 쌀이 우리 밥상에 올라 밥이 된다.
그림책에서 가장 놀라운 건 이 지난한 과정을 한 음절의 단어로 표현해낸 점이다. ‘모’, ‘벼’, ‘피’, ‘쌀’, ‘짚’처럼 논농사와 관련된 한 음절 단어와 여기에 최소한의 한 음절 단어를 곁들여 일 년의 농사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타이포그래픽이라고 할 만큼 ‘벼’라는 단어를 이미지로 이해하고 풀어낸 점은 놀라울 만큼 참신하다.
어린이들이 벼를 쌀나무라고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그림책은 가르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노래노래 부르며 모와 벼와 쌀의 차이를 나아가 농부의 구슬땀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