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나 에밀이 등장하는 동화를 쓴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린드그렌은 슬픈 어린이를 등장시킨 동화를 여러 편 썼다. 아무런 보호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가여운 처지에 놓인 어린이가 등장하는 동화 중 하나가 「엄지소년 닐스」다. 「엄지소년 닐스」에는 9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하나같이 외로운 아이들이다. 겨우 여섯 살인 베르틸의 엄마 아빠는 공장에서 종일 일을 한다. 아이는 하루 종일 혼자 지낸다, 창밖을 내다보며 부모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그러다 엄지 손가락 만한 닐스라는 소년을 만난다. 닐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땔감과 음식을 마련하며 함께 논다. 스스로 견디는 법을 찾아낸 것이다. 또 다리가 아파 걸을 수 없어 온종일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는 예란도 나온다. 예란에게도 비밀이 있다. 해가 질 무렵이면 어스름 나라의 백합 아저씨가 찾아온다. 엄마가 불을 켜기 전까지 백합 아저씨와 함께 어디든 갈 수 있다. 마치 세상에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듯 린드그렌은 삐삐의 엄마이자 동시에 베르틸과 예란과 미오의 엄마이기도 하다. 희망이 없는 고립무원의 어린이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현실과 달리 환상 속에서 어린이는 함께 놀 친구가 있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난다. 린드그렌은 어린이가 어떻게 외로움과 슬픔에 맞서는지를 이런 작품들을 통해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린이의 삶은 어떻게 풍요로워질 수 있는가. 그것은 관심과 사랑이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어린이들을 그린 린드그렌의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린드그렌은 삐삐처럼 씩씩하고 엉뚱하고 통쾌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을 쓰기도 했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운 어린이를 그린 작품도 여럿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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