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저자는 미국 시민단체 ACLU로부터 인도주의상을 수상한 인권 문제 법률가다.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성, 출신 국가, 인종, 피부색, 언어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 훈련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인 ‘차별금지법’이 왜 중요한가를 설명한다.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진행 사항을 체크한 책은 ‘차별’의 용어 자체를 다소 감상적으로 이해했던 나를 건조하리만큼 투명하고 명확하게 그 주제에 바짝 다가가게 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적극성 부족을 저자는 세 가지 오해로 분석한다. 첫째, 평등주의가 진보주의자의 전유물로 여기고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은 지지하기 어렵다는 오해다. 둘째는 평등주의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서양의 가치를 무분별하게 수입하면서 생긴, 우리 문화와 맞지 않은 외래종이라는 오해다. 셋째, 차별이란 구세대의 편견으로 인한 것이니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시대가 변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차별에 대한 이 오해가 차별받는 이웃을 내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벽이 되었다. 저자는 차별금지법은 차별에 고통받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절박한 현안이면서 동시에 가치의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전제 없이는 공통의 가치 역시 있을 수 없으니.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가치의 창출을 고민하는 사회가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문장에는 굵은 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112쪽 얇은 책에는 그런 밑줄이 그을 중요한 의제가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