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의 원작이다. 책과 영화의 제목 원어는 같으나 표기가 다르다.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는 잡지 <하퍼스 매거진>에 ‘은퇴의 종말’이라는 기사를 썼다. 집 대신 차에서 살며, 평생 일하며 사는 미국 노년층에 대한 보고서였다. 기사의 반향은 컸다. 저자는 ‘노마드 노동자’라고 불리는 이들을 3년간 밀착 취재를 했다. 정주하지 않는 삶, 이동하는 집에서 저임금 단기 노동이라는 급진적인 변화에 내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 저널리스트의 탐사 취재로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야기의 핵심에는 예순네 살의 여성, 린다 메이가 있다. 지프에 매달린 작은 연노란색 트레일러가 그의 집이다. 미국 전역을 떠돌며 차에서 숙식한다. 아마존 물류센터, 국유림 캠프장, 사탕무 수확공장에서 단기간 일한다.
새로운 종류의 유랑 부족이 생겼다. 높은 학위, 전문 분야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평생 살았던 사람들이 60대 들어서 집과 직장과 저축을 잃고 말았다. 전통적인 형태의 주택과 아파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바퀴 달린 부동산’이라고 불리는 밴과 중고RV에 들어가 사는 것이다. 그들은 ‘홈리스’라는 말을 거부한다. ‘하우스리스’라고 칭한다. 집만 없을 뿐 흩어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다.
임금은 낮고 주거 비용은 치솟는 시대, 집세와 주택 융자금 파산을 맞이한 은퇴 세대는 무너진 경제의 미국을 살아내기 위해 ‘노마드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삶은 비참한가. 그들은 온라인으로, 단기 일자리에서, 전기나 수도 따위의 공공설비 없이 자급자족 캠핑을 하는 동안에 서로를 돕는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동류의식이 있다. 누군가의 밴이 고장나면 십시일반 돈을 걷어 돕는다. 사회 구조는 무너져 내렸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멈출 수 없다.
‘생물학적’ 가족이 아닌 즉흥적인 집단을 형성했지만 가족애 같은 유대감은 있다. ‘밴 가족’이라는 뜻으로 ‘배닐리Vanily'라고 불리기도 한다.
린다 메이는 동료의 이런 말에 끌린다. “현대의 밴 생활자들은 옛 시대의 산 사람들과 똑같다. 혼자 지내야 하고 계속 이동해야 하지만, 이따금씩 한데 모여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린다는 단순히 재정적으로 살아남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전통적인 경제 시장에서 소모시키지 않는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다.
린다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다. 깡통이나 유리병 같은 버려진 물질을 이용해 만든 수동형 태양열 주택을 짓고 싶은 욕망, 뉴멕시코의 급진적인 건축가가 이미 설계하고 주거 유지하도록 만든 ‘어스십earthship'을 사막 끝에 짓고 싶어 한다. <노마드랜드> 책이 출간된 이후 현재 린다 메이는 뉴멕시코주에 산 땅에 온실과 작은 집을 짓고 정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피해자로서 존재를 뛰어넘어 자급자족이 가능한 집을 꿈꾸는 밴 생활자로서 귀결이다.
‘노마드 노동자’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귀향할 정착지가 아니라 새롭게 정립하는 목표가 되었다. 고정된 부동산이 아니라 새롭게 창조해야 하는 문화가 되었다. 책의 밀도가 높아 밑줄을 빈번하게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