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만 벌써 세 번째 우주 관광 시험 비행이 이뤄졌다. 지난 9월 16일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민간인 4명을 태운 로켓을 쏘았다. 7월에는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세운 ‘버진갤럭틱’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경쟁하듯 우주관광을 위한 시험비행을 했다. 세계 최고의 갑부들이 벌이는 우주여행이라는 비난과 엄청난 양의 탄소배출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인류가 꿈꿔 온 우주여행이 실현될지 모른다는 기대감 또한 있다.
과학자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다보면 흥미롭게도 종종 SF가 등장한다. 일론 머스크 역시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과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탐독했다. 어쩌면 SF야 말로 호기심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미래를 꿈꾸는 십대에게 꼭 필요한 장르일지 모른다.
필립 K. 딕 외 지음
창비 2009
만약 세상이 지금과 달라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SF는 세계의 조건을 하나씩 바꿔보는 사고실험’이라고 작가 정세랑은 말했다. 지구에서 살며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 중에서 그 조건을 하나만 바꿔도 뜻하지 않은 경이를 맛볼 수 있다. 만약 지구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면 하는 상상부터 화성에서 야구 경기를 한다면,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이혼할 수 있다면? 이런 식으로 조건을 바꾸어 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펼쳐질 일들이 <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에 종합선물 세트처럼 담겨있다. 지난 30여 년간 출간된 SF 중 뛰어난 단편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SF 맛보기용으로 적합할 뿐 아니라 SF의 거장을 이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
책에 실린 단편 중 ‘아서 스턴벡이 화성에 변화구를 소개한 이야기’는 화성 사람들이 야구에 빠진 사연을 담았다. 한데 이게 간단치 않다. 화성에서 야구를 한다면 지구와 다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0.38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를 할 때마다 수 없이 홈런이 나온다. 화성에서 완봉승은 없다! 이 밖에도 외계인이 지구인을 본다면 얼마나 이상할까라라는 상상을 담은 ‘개들 몸은 고깃덩어리래’, 아이와 이혼하고 다른 아이와 재혼을 꿈꾸는 부부의 사연이 담긴 ‘뱀의 이빨’ 등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단편들이 담겨있다.
화성의 사자
제니퍼 홀름 지음
다산기획 2021
때는 2091년. 인류는 화성이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 때문에 대규모 이주 대신 소규모 이주가 이뤄졌다. 세계 각 나라가 화성의 동굴에 거주지를 만들고 어른과 고아로 구성된 화성 이주자를 모집했다. 화성에 소규모 공동체가 꾸려진 셈이다. 한데 지구에서 도착한 보급품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화성의 미국 기지는 위험에 빠진다. 어쩐 일인지 화성의 다른 나라 거주지에 절대 가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열한 살 소년 벨과 아이들은 규칙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어른들을 구하기 위해 도움을 청해야 할지 기로에 선다.
화성은 달 다음으로 인류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행성이다. 뉴베리 상 수상작가인 제니퍼 홀름은 만약 ‘인류가 화성에 간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그 가능성과 미래를 펼쳐 보인다. 지금껏 이뤄진 화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쓴, 과학적으로도 치밀하게 전개된 작품이다.
SF는 가상의 질문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장르를 사랑하는 이유는 SF를 읽다보면 결국 외계인이나 화성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화성의 사자>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가 화성에 갈 때 필요한 것은 고도의 테크놀로지 만이 아니다. 화성에서 역시 우정과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