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은 왜 10월 9일일까. 1443년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이어 한문 해설서를 펴냈다. 세종이 직접 지은 <훈민정음 예의>와 집현전 학사들이 집필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훈민정음해례본>에 기록된 날짜를 기준으로 오늘날 한글날이 정해졌다. 다시 말해 한글은 만들어진 날이 문헌에 정확하게 기록된 언어다. 뿐만아니라 <훈민정음 예의>와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어떤 이유로 한글을 만들었는지는 물론 한글 창제의 원리까지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다. 한글은 만들어진 원리와 이유가 기록으로 남아있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언어이다.
하지만 엄격한 신분사회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글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글에 담긴 역사성과 우수성 그리고 한글을 지키려 애쓴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동화들이 있다. 한글에 대해 교과서적으로 설명하면 아이들은 금방 지루해한다. 하지만 한글을 만들고 지켜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동화로 만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정명섭 지음
한솔수북 2019
<훈민정음 해례본>은 정인지·박팽년·신숙주 등 집현전 학사가 집필한 훈민정음 해설서다. 정인지가 대표로 쓴 서문에 1446년 9월 상순으로 발간일을 명시하고 있어, 한글날 제정의 바탕이 되었다. 한데 문제가 있다. 세종대왕이 쓴 <훈민정음 예의>는 다른 문헌에 전문이 남아있는데, 해례본은 기록은 있는데 책자는 전하지 않았다. 당연히 한글을 만든 원리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 안동에서 해례본이 발견되었고 당시 간송 전형필 선생이 거금을 주고 구매하여 지금껏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다. 다만 역사적 가정하에 이야기를 펼쳐간다. 간송이 일제의 눈을 피하고자 <훈민정음 해례본>을 조선어학회의 나영찬에게 맡겼다는 가정이다. 나영찬은 고향인 성운으로 내려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숨기지만 일제의 집요한 추격은 계속된다. 일본 패망이 짙어지던 시기 나영찬은 실종되고 해례본의 행방 또한 묘연해진다. 한편 지금 성운시에 사는 준우와 예진을 포함한 네 명의 아이들은 우연히 한글학교에 다니며 해례본의 흔적을 쫓게 된다. 아이들이 직접 해례본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와 우수성을 알아간다. 또한 일제시대 한글을 지키기 위해 애쓴 조선어학회의 활동과도 만나게 된다. 추리 기법으로 아이들이 직접 해례본을 찾아간다는 설정을 통해 재미와 교양을 함께 잡으려고 노력한 동화다.
우리말 모으기 대작전 말모이
백혜영 지음
푸른숲주니어 2018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과 많이 다르다. 한글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쓰는 것처럼 한글 맞춤법이나 표기법을 정리한 곳이 조선어학회다. 최현재, 이극로 같은 한글학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조선을 강점한 일본은 조선인이 쓰는 말과 글을 없애려고 했지만 조선어학회는 한글 잡지를 발간하고 전국 강연을 하며 한글을 지켜내고자 노력했다. 조선어학회는 특히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비밀리에 ‘말모이 대작전’을 벌였다. 말모이는 말을 모으다라는 순우리말이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일제는 1942년 내란죄로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잡아들인 역사적 사건이 실존한다.
동화는 조선어학회의 말모이 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실존 인물인 한글학자 이윤재 선생에게 한솔이라는 아들이 있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펼쳐간다. 한솔이는 집안일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를 원망하지만 결국 아버지가 한글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다는 사실을 깨닫고 존경하는 과정이 절절하게 그려진다. 한솔이와 친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말모이 작전에 힘을 보태는 데 민첩하다는 뜻의 ‘반지빠르다’나 솟아 떠오르다는 뜻의 ‘솝뜨다’ 같은 순우리말이 여럿 등장한다. 더불어 조선어학회의 말모이 작전을 모티브로 한 영화 <말모이>도 있다. 동화뿐 아니라 영화를 함께 보며 당시 한글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일이었는지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게 있다. 한글을 지키는 것은 한국인의 얼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