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가 부족해 택배 대란이 염려되고 소방차나 구급차가 멈출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다급하게 전해졌다. 커피 원두가 부족해 동네 찻집의 커피값이 오를 거라는 보도도 있었다. 만약 이런 뉴스를 듣고 어린이가 “왜?”라고 질문을 하면 논픽션을 함께 읽을 좋은 기회다. 물론 요소수나 커피에 관한 어린이 책은 없다.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을 설명해주는 책은 있다.
음식이나 옷이 우리 집에 오기까지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요소수는 중국이 수출을 중지해 부족한데, 중국은 호주와 갈등이 생겨 요소수 생산에 필요한 석탄 수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또 브라질은 이상 기후로 원두 생산량이 급감했고 이는 우리 동네 커피값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원두 생산국인 베트남 역시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어 물류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수출이 어려워졌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옷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상품의 생산 과정을 이야기한 어린이 책 두 권을 만나본다.
우유 한 컵이
우리 집에 오기까지
율리아 뒤르 지음
우리학교 2021
우유, 빵, 생선, 고기, 사과, 달걀, 토마토 등 다양한 음식이 식탁에 오른다. 한데 이것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유 한 컵이 우리 집에 오기까지>(이하 우유)는 이 질문에 답하는 논픽션 그림책이다. 일상적으로 먹는 7가지 음식을 기르고, 수확하고, 도축하고, 포장하는 전 과정을 그림을 통해 한눈에 보여준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규모 농장이나 양식장에서 컴퓨터와 기계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농축산물들은 트럭이나 비행기에 실려 아주 먼 곳으로 옮겨질 수 있다. 자본과 물건이 국경을 넘는 세계화 덕분이다.
이 책의 묘미는, 우리 밥상에 올라온 음식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하는지 스스로 찾아볼 것을 권하는 대목에 있다. 음식 포장지에는 원산지 표기가 있다. 조금만 눈여겨보면 고등어는 노르웨이에서, 원두는 브라질에서 온다는 걸 알 수 있다. 값싼 노동력, 냉장 시설, 거대 어선, 가공공장, 비행기 등을 이용해 음식과 상품은 국경을 넘나든다. 지금까지 세계화는 더 싼 가격으로 음식과 상품을 공급했지만 요소수 대란에서 보듯 팬데믹 이후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복잡한 사회 문제지만 시작은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살피는 일부터다.
펠레의 새 옷
엘사 베스코브 지음
지양사 2016
출간된 지 백여 년이 된 그림책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교통이 불편하고, 냉장 시설이 없어 음식과 상품을 멀리 옮길 수 없었다. 기계화가 되어 있지 않으니 대량생산도 어려웠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직접 생산하거나 마을에 생필품을 만드는 장인들의 도움을 얻어야 했다. <펠레의 새 옷>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펠레는 양을 돌본다. 한데 키가 자라 새 옷이 필요하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에는 백화점도 인터넷 쇼핑몰도 없었다. 새 옷이 필요하면 어떻게 구해야 했을까. 펠레는 먼저 자신이 기른 양의 털을 직접 깎는다. 양털을 할머니가 손질해 실을 뽑고염색을 하고 엄마에게 털실로 옷감을 짜달라고 부탁한다. 이제 마을의 재봉사 아저씨가 옷을 만들어 준다. 어른들이 옷을 만드는 동안 펠레는 당근밭의 잡초를 뽑거나, 장작을 나르는 등 일을 한다. <우유>와 더불어 본다면 음식이나 옷이 생산되는 과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쉽게 살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