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62번째 책편지(2026. 10. 1.(목)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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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2026년 서른한 번째 책편지를 보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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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으시는 분 "이름"이 올바르게 보이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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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막내 이모는 장애인활동지원사다. 일한 지 20년이 되어가는 베테랑으로, 현재는 전신마비로 누워 지내는 한 청년을 돌보고 있다. 이모가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그를 처음 만난 건 약 10년 전. 당시 어린아이였던 그가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이모는 이직을 준비하는 언니에게 본인의 직업을 추천하며,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었다. 주 5일, 담당하는 가정을 방문해 식사, 목욕 같은 신체 활동을 돕고, 청소, 세탁 등 가사 활동을 한다고. 담당에 따라 등하교에 동행하거나 외출할 때 이동을 지원하는 업무도 있다고 했다.
설명 끝에 이모가 덧붙였다. “그거 알아? 생각보다 장애인이 정말 많아. 보이지 않아서 모를 뿐이지.” 그 말에 지난 시간을 톺아보았다. 학창 시절 나에게 장애인 친구가 있었나?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한 적이 있었나? 그러고 보니 길에서 가끔 스쳤을 뿐, 나와 관계를 맺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계단을 걷고, 일터에 나가 일을 하는, 그러니까 나에게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았다. 이모 말처럼 보이지 않아서 아니, 내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 사실을 모른 체했다. 생각 없이 점자블록을 밟고 서 있거나, 벙어리장갑, 장애우 등 잘못된 표현을 쓰는 내 모습과 함께 이모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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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랑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권용덕 지음 | 다른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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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덟 가지 물음으로 막을 연다. 첫 번째, 움직임이 불편한 친구가 길을 가다 넘어졌다. 이 모습을 본 나의 행동은? ‘바로 도와줘야지!’라고 즉답했다. 이어지는 질문도 빠르게 풀어나가는데, 뒤로 갈수록 진땀이 났다. 앞서 내가 내린 답이 오답이라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장애인은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든가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어떤 문제를 혼자 해결하고 싶을 때가 있고, 그건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나는 철저히 비장애인인 내 관점으로 장애인을 바라봤던 것이다.
저자는 대학 시절 친하게 지내던 선배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뇌성마비가 있었던 그의 말을 그대로 전한다. “장애인이라 차별받는 게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되는 거 같아.” 장애라는 필터가 사람을 납작하게 만들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려버린다. 저마다 이름과 성격이 다르듯 장애 또한 하나의 차이일 뿐인데.
이 책은 장애인 친구를 만날 때 어떤 태도로,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안내한다. 다정한 언어를 읽어가다 보면 선입견이 녹아내리고, 누구나 동등한 일상을 누려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 두둥실 떠오른다.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 부족한 곳을 채우며 살아가면 된다. 모두에게 그렇듯,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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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아도
오가와 히로키 글, 이시이 쓰토무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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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일상이 누구에게나 당연하듯 꿈도 마찬가지다. 빛나는 꿈을 가진 소년과 그를 북돋워 함께 희망을 빚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유야의 꿈은 프로 야구 선수가 되는 것.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팀에서 거절당하던 유야는 드디어 한 팀에 입단한다. 그러나 첫 연습 시합에서 동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실수를 하게 되고, 풀이 죽은 소년에게 작은 의심이 피어난다. ‘내가 야구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그때 감독님이 모두를 모아놓고 말한다. 소리만이 아닌 눈으로도 알 수 있도록 온몸으로 신호를 보내자고. 마침내 시합 날, 모두가 온몸으로 힘껏 신호를 해준 덕분에 유야는 다시 웃으며 공을 던진다.
일본 프로 야구 투수로 활약한 이시이 유야 선수의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은 한 장면, 한 장면이 살아 숨 쉰다. 먹먹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소년의 얼굴에서 그가 느낄 정적이, 수신호를 보내는 친구들의 손에서 꿈을 지지하는 모두의 마음이, 유야가 야구공을 움켜쥔 마지막 장면에서는 꺾이지 않는 혼이 생생히 다가온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약점도 환경과 시점을 바꾸면 강점이 된다고. 유야가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던 데에는 소년의 노력과 함께, 소통 방식을 바꾼 감독님과 친구들이 있었다. 꿈을 향해 나아갈 기회는 그렇게 함께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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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을 묻는 십대에게
이지선 지음 | 서해문집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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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밖의 일상에도 사람들이 그어놓은 선 너머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를 겪는 하청노동자와 이주 노동자, 자립준비청년, 학대받는 아이들, 플랫폼 노동자 등이 그렇다. 오늘도 차가운 차별을 받으며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는 그들. 반복되는 비극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관심의 사각지대를 구석구석 비추며 죽음의 배경을 묻는다. 이 책에 따르면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자꾸만 ‘만약에’를 되뇌게 된다. 만약에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면, 만약에 위기의 순간 도움을 청할 곳이 있었다면…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분명하다. 슬픔과 아픔을 나눠지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안전한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날 장애를 갖게 되거나 일터에서 차별을 겪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똑같은 무게의 가치를 지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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