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순수 이성 비판』에서 “인간의 인식은 두 개의 줄기가 있으니, 즉 감수성과 지식이다. 이것들은 하나의 뿌리에서 생겨났으나, 그 뿌리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뇌과학자들은 감성과 지성이 우뇌와 좌뇌에서 벌어지는 일로 나누어 관찰하며 그 역할과 기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지 가능한 사물과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세상과 나를 알고 싶다면 뇌의 작동 방식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이 들어가면서도 변치 않는 친구가 곁에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그러나 대개 사람들은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변할 수밖에 없죠. 경험과 지식이 쌓이고 상황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친구와 가족은 물론 지인들과의 관계 양상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관계를 단절하는 편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일방적인 인내와 희생은 자신을 갉아먹기 때문이죠.
자기를 돌아보며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피려는 노력은 어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뇌가 나를 어떻게 조종하는지, 뇌는 왜 늙지 않는지 설명하는 두 권의 책이 자기 자신을 조금 더 품위 있고 괜찮은 어른으로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타인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나를 성찰하는 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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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크리스 나이바우어 글, 김윤종 역| 클랩북스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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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이 뒤엉켜 고민하고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뇌는 시키지 않아도 계속해서 일을 합니다. ‘거짓말 장치’라 할만한 좌뇌는 끊임없이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합니다. ‘침묵하는’ 우뇌는 비언어적 형태의 직관과 앎을 지배합니다. 이렇게 상반된 좌뇌와 우뇌는 연결되어 있어 상호 보완적으로 견제와 균형을 이룹니다. 어느 한쪽의 힘이 세면 문제가 생기겠죠.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철학자와 정신분석학자 등 많은 사람이 ‘자아’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설명하려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한마디로 규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쉼 없이 복잡한 생각이 부딪치고 여러 감정이 충돌하기 때문이겠죠. 보통 사람은 일관성 있게 언제나 같은 선택을 하지도 않고, 감정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뇌가 나를 조종한다며 유체 이탈 화법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신경심리학자 크리스 나이바우어는 현대 신경과학을 동양 선불교의 무아(無我) 사상과 연결 지어 설명합니다. 대체로 현실에서는 좌뇌로 세상을 살아가며 전체를 관망하고 직감을 제공하는 우뇌의 목소리는 크지 않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 자아’라는 개념에 매달려 괴로워하는 건 아닐까요? 저자는 감사와 연민으로 가득한 우뇌를 조금 더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삶의 균형을 찾으려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뇌가 만드는 합리화의 세계와 만들어진 자아에서 벗어나 설명하기 힘든 직감과 창의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어렵지 않은 설명으로 과학 용어와 개념 대신 일상적인 문제를 살피는 내 삶의 현재와 미래를 살피게 합니다. 방대한 신경심리학 연구과 실험을 바탕으로 좌뇌가 만든 자아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면 쓸데없는 고통과 오해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뇌과학과 동양철학의 만남도 신선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만든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아가 만든 부작용이 아닐까요? 단순하게 생각하고 평온한 마음을 가지려면 자기 뇌를 잘 알고 조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넉넉한 노후 자금도 중요하지만, 여유 있고 행복한 삶은 사람과 세상을 향한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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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뇌
데일 브레드슨 글, 제효영 역 | 심심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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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심이 없는 아이들은 타인을 향한 미소에 인색하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경쟁에 익숙해지고 비교 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립니다. 타인을 비난하고 욕하는데 하루해가 짧습니다. 우리 뇌가 그렇게 세팅되어 있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적응의 산물이며 생존을 위한 방편이라는 설명은 핑계에 불과해 보입니다. 중년 이후에 찾아오는 여유와 신체적 변화는 타인은 물론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그중에서도 ‘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신체입니다. 치매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아주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병과 신경 퇴행 질환을 연구해 온 데일 브레드슨은 뇌가 늙지 않는 법을 세상에 소개합니다. 그는 기억력 저하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밝혀낸 의사입니다. 일명 ‘치매’라고 부르는 뇌의 노화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노년의 질병입니다. 요즘은 나이와 상관없이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뇌에 관한 질병이 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리코드 프로토콜(ReCODE Protocol)’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한 과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노화가 두려운 건 외모와 신체적 변화가 아니라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단순히 건강 관리나 알츠하이머 치료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적 성과를 인간의 삶에 적용하려 노력합니다.
나이 들어가면서도 정확한 판단력과 날카로운 관점을 유지하며 통찰력을 발휘하는 어른이 되는 건 매우 소중한 자기 삶의 가치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운동, 음식, 생활 태도는 물론 문제가 생긴 인지 감각 치료 방법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존엄한 삶을 가꿔야 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쓸데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언제나 개방적인 사고와 배움의 자세를 유지하며 건강하고 활력 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까요? 몸은 늙어도 평생 젊고 건강한 뇌로 살아가는 일은 꿈이 아니라 얼마든지 가능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