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주 작은 것도 또렷하게 감지하는 사람이 있다. 빛, 소리, 냄새 등 감각적인 자극부터 타인의 표정, 말투, 감정까지. 마치 정밀한 탐지기 같아서 자그마한 변화도 알아채고야 마는 사람. 내가 만난 A도 그중 한 명이었다.
A는 주변에서 특이한 사람으로 통했다. 그는 미세한 소리에 용수철처럼 펄쩍 뛰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구분하기 힘든 색의 차이를 홀로 알아보기도 했다. 또 남들이 보기에는 똑같은 무표정에서 미묘한 기쁨과 슬픔을 눈치챘고, 사소한 말에 갑자기 훌쩍여서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어느 날 A는 책을 읽으면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고, 이야기 속 한가운데 자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껏 들떠서 설명하는 A를 사람들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분위기를 감지한 그가 물었다. “제가 이상한가요? 다들 그런 경험 없어요?” 순간 정적이 흐르고, A는 그런 상황이 익숙한 듯 웃어넘겼다. 대화는 금방 다른 주제로 넘어갔지만, 나는 보고야 말았다. 발갛게 물든 그의 얼굴을.
실은 나에게도 A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영화에서 무서운 장면을 보면 한동안 시달렸고, 다른 사람의 태도에 쉽게 휘청했다. 또 작은 소음에도 신경이 곤두설 때가 많았고, 낯선 향이 나면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다. 소심해서 티를 내지 못할 뿐 조용히 예민함을 견디고 있던 것이다.
모두가 자리를 떠난 후, 나는 A에게 다가가 내 마음을 고백했다. A는 이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다른 제 모습이 참 힘들었어요.” 그동안 혼자라는 기분에 외로웠노라고. 긴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감정이 전해졌다. 다른 듯 닮은 우리는 그저 예민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