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이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며 관심이 덜해졌지만, 4월은 식물들이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다. 새싹이 돋고 꽃이 핀다. 물론 어린이에게 식물이 인기 있는 주제는 아니다. 한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임도 없고 말도 하지 않는 고요한 식물의 매력을 느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멈추어야 식물이 눈에 들어오는 법. 그럼에도 식물은 자연과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집 밖으로 몇 걸음만 옮기면 생각보다 많은 풀과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하면 아는 사람이 되듯, 동네를 산책하며 혹은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며 만나는 식물과 인사를 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삶으로 식물 친구가 들어온다. 식물과 인사하는 데 도움이 될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도시의 나무 친구들
고규홍 글 ; 최경식 그림
다산기획 2017
나무인문학자 고규홍이 어린이를 위해 글을 쓴 나무 그림책이다. 작가가 사는 부천의 아파트 단지가 무대다. 작가는 평소 즐겨 걷던 산책길에서 만난 식물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혹시 부천에 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개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은 엇비슷하다. 멀리 떠날 수 없는 시절이지만 그렇다고 자연을 만날 수 없는 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식물이 우리 곁에 있고 특히 봄은 자연의 경이를 만날 수 있는 시기다. 어린이와 집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왔다면 《도시의 친구들》을 읽어줄 차례다. 알고 나면 집 주변의 식물은 더이상 낯선 나무와 풀이 아니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듯 어린이에게도 이렇게 식물 친구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 《나는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입니다》로 유명한 최경식 작가가 그린 그림을 만나는 기쁨도 각별하다. 더없이 따뜻하다. 생명을 품은 식물의 온기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 어린이가 사는 곳 주변의 식물 이야기를 담은 ‘우리 동네 나무 친구’를 직접 만들어봐도 좋겠다.
광합성 소년
존 레이놀즈 가디너 글 ;
에스더 그림
책과콩나무 2020
《조금만, 조금만 더》로 널리 알려진 존 레이놀즈 가디너의 작품이다. 대개 과학 동화들이 억지스럽기 쉬운데 간혹 과학과 이야기를 솜씨 좋게 담아낸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광합성 소년》이 그렇다. 주인공 앨런은 숙제나 시험점수보다 과학 프로젝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린 선생님 때문에 독창적인 주제를 찾기 위해 고민한다. 그러다 ‘식물의 광합성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해보겠다고 마음먹는다. 물론 말도 안 된다며 환영은커녕 비웃음만 받는다. 오로지 할아버지만이 앨런을 지지한다. 할아버지로부터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운 앨런은 식물과 인간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구분하고 하나씩 방법을 찾아간다. 인간도 식물과 마찬가지로 물, 이산화탄소, 햇빛이 필요하다. 다만 식물에게 엽록소가 있다면 인간은 적혈구가 있다. 그렇다면 엽록소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이제 앨런은 엽록소에 많은 마그네슘 음식을 먹는다. 인간이 식물처럼 광합성을 한다면, 인간은 먹지 않아도 영양분을 만들 수 있다. 터무니없는 공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동화를 읽으며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식물의 특징과 광합성에 대해, 무엇보다도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만나게 된다. 책의 분량이나 생김새는 저학년에 적합해 보이지만 중학년 이상에게 더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