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뾰족한 가지에 동그란 꽃봉오리가 맺히면, 머릿속에 자동 재생되는 노래가 있다. 봄에 꽃피듯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매해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 곡이 올라오는 걸 보니, 불가항력의 반응은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벚꽃 아래에서 울고 웃었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귓가에 가사가 흐르면 봄에 내리는 눈, 그 속에 있는 저마다의 기억도 함께 흩날린다. 노래에는 그런 힘이 있다.
내게는 시절을 상징하는 노래가 여러 곡 있다. 평소에는 까맣게 잊고 지내지만, 한 소절만 닿아도 그 노래를 들었던 때가 마치 오늘처럼 살아난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만화 OST는 학교를 마치고 만화를 보려고 집에 뛰어가던 설렘을, 자습 시간에 친구와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들었던 가요는 푹푹 찌던 여름 교실의 공기를 불러온다. 시절 노래는 내 마음 한구석에 각인되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노래는 이렇게 사적인 기억을 소환하는가 하면, 한 세대를 설명하기도 한다. K-POP이 탄생하기 전 1970~80년대 가요는 통기타와 발라드로 청춘의 목소리를, 1960년대 가요는 산업화로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한 이들의 향수를, 1950년대 가요는 전쟁 이후의 상실과 아픔을 대변한다. 굵직한 역사의 흐름을 타고 그 속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정서가 노랫말에 유유히 떠다닌다.
그때의 마음을 음률에 싣는 건 까마득한 과거도 마찬가지. 교과서에서 짐짓 근엄한 자태를 뽐내는 고전시가도 힘을 빼고 보면 오늘의 가요와 다를 게 없다. 노래를 빌려 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구슬픈 곡조로 연인과 이별한 슬픔을 달랜다. 꽃이 필 무렵, 조선시대 맹사성은 <강호사시가-춘사>로 봄의 정취를 노래하고, 나는 <벚꽃엔딩>을 부르는 거다. 그러니까 언제고 그 시절엔 그 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