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존감은 자아를 병들게 한다. 매일 아침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제각각이지만 온전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자연은 개별적 존재에게 나름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그 차이를 견디지 못하는 건 ‘나’가 아니라 사회적 기준이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강요하는 날씬한 몸매, 예쁜 얼굴, 큰 키, 보기 좋은 근육을 위해 음식, 의류, 화장품 등 온갖 상품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연예인과 셀럽, 광고판에 전시된 몸들은 ‘나’와 다르다. 게다가 성적으로 나눠질 미래에 대한 불안, 부모의 직업과 사회경제적 지위까지 생각하면 행복한 청소년은 많지 않은 게 당연해 보인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쉽게 바꿀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바꿀 수 있다. 박진영은 초라한 내가 미워질 때 나를 돌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내가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이라니 귀가 솔깃하다. 우리에겐 완벽하지 않아도, 고민이 많아도, 매일 행복해도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하는 ‘자기 자비self-compassion’가 필요하다. 자신을 평가하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마음을 갖자. 미래가 보이지 않아 힘들어도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자. 물론 이런 조언을 단번에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넉넉하게 품어줄 때 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프로 탁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이 연구에서 경기 성적이 좋거나 향상된 프로 선수들의 비결은 다음과 같았다. “친구에게 하듯 나에게도 따뜻한 태도 보이기. 내 마음을 평가하지 말고 이해하기. 감정을 이해하되 과장하지 말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실패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예상하고 실패에 호들갑 떨지 않기. 예상되는 어려움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기.” 학교에서, 어른들은 참고 견디라고 다그치는 일이 많다. 성공을 향해 노력과 인내를 강조한다. 삶의 목표와 가치를 고민하는 대신 수단과 방법부터 배우기 때문일까.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청소년은 성인이 돼서도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최신 연구 사례를 보탠다. 청소년기에 누구나 겪는 일들이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타인과 세상을 향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나’를 돌보는 일이 우선이다.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이 아니라 따뜻하게 나를 돌보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각 파트마다 마련된 ‘생각해보기’ 코너는 구체적인 상황을 생각해보고 연습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봄날이 계속된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아름다운 꽃과 푸른 하늘만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소중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내가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