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함께 12월이 왔다. 부리나케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니 어느새 연말이다. 이제 2024년 달력에는 더 이상 넘길 페이지가 없다.
⏲나는 이맘때가 되면 늘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한 해의 기억을 더듬는 일. 일기장을 넘기며 기억의 궤적을 다시 걷는다. 누구를 만나, 무엇을 느끼고, 어떤 일을 했으며, 그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였는지. 또 이루지 못한 목표와 후회되는 실수, 행여나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나 되살핀다. 분명 1분 1초 나를 스쳐 가지 않은 시간은 없는데 건져 올리는 기억은 한 줌.
👨👩👧👦성인이 되어 독립한 뒤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그중에서도 찰나다. 올해 부모님과 함께 보낸 날은 열흘이 채 되지 않는다. 12월이 되어서야 세어 보니 그렇다. 내 삶의 기억에서 부모님의 비중은 갈수록 가벼워진다.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고, 안부를 나누고, TV를 보며 깔깔 웃는, 언제까지나 변함없을 것 같던 일상이 이제는 희미하다. 그 사실이 애틋해서 올해가 저물기 전에 꼭 고향에 다녀오기로 다짐한다.
📦부모님이 계신 고향 집에는 내가 잃어버린 기억이 먼지처럼 뽀얗게 쌓여있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두 분 덕분에 내 방은 내가 떠날 때 그대로다. 어린 시절에 쓰던 책상, 시계, 카세트 플레이어…. 침대에 누워 천장에 붙여 놓은 야광별 스티커를 세며 추억을 소환한다. 내가 여전한 나일 수 있도록 소중히 눌러 담는다.
🧡12월은 기억을 걷는 달. 지나간 것들과 정성스레 작별하고,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을 마음에 심는다. 그리고 다가올 2025년에도 간직해 주기를 바라며 기억을 건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