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길, 같이 걷던 친구 A가 말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 일 끝내고, 저녁 먹고 조금 쉬면 자야 하고, 눈 뜨면 또 일하고….” 그 친구는 이직 후 이제 갓 수습 기간을 벗어난 차였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미래가 잘 안 그려져. 너는 좋아하는 일을 해서 좋겠다.” 나는 멋쩍게 웃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맞는데…. 그건 분명한데….’ 어쩐지 시원히 답할 수가 없었다. 그사이 친구는 “삶의 낙이 없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 후 고향 친구 B와 만난 어느 날.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직한 B는 간호사 외길을 걷고 있었다. 문득 지난밤의 대화가 생각나서 나는 친구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그 일 한 지 벌써 10년도 넘었잖아. 어때? 할만해?” 친구는 단호하게 말했다. 별로라고. 연차가 쌓이니 그만큼 책임질 일도 늘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취직하자마자 그만두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친구의 마음은 강산이 변한 지금도 유효해 보였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요즘 삶의 낙이 뭐야?”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퇴근 후 드라마를 보면서 맛있는 걸 먹거나, 최근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라고 답했다. 그에게 일은 생계의 수단일 뿐, 행복은 일 바깥에 있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종종 떠올리며 고민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쓰고 그리는 일을 나는 여전히 좋아했다. 하지만 마냥 즐겁냐고 하면 글쎄, 오히려 사방으로 일에 포위된 요즘은 그냥 힘들기만 했다. A와 마찬가지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막연했고, B처럼 행복은 일 바깥에 소소하게 흩어져 있었다. 어떤 창작자들은 자신의 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던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살다 보면 못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쓸모를 찾는 A도, 생계를 위해 버티는 B도, 좋아서 하는 나도 오늘 무엇을 했냐 하면, 일을 했다. 각자에게 어떤 의미이든 간에 누구 하나 그만두지 않고, 어제도 일했고, 오늘도 일했으며 내일도 일할 터였다. 기가 막힌 것은 힘들어도 해야 하고, 코가 막힌 것은 좋든 싫든 오래 해야 한다는 사실. 거창한 이유가 없어도, 이 일에서 저 일로 건너갈지라도 아무튼 떼어낼 수 없는 게 바로 일인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