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예술의 역량은 최근 세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다. 우리 영화, 대중음악, 클래식 음악이 세계에서 크게 사랑받는 중에, 이제는 문학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노벨 문학상 작품을 원어로 읽는다!”라는 감탄에 그저 행복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선정으로 스웨덴 한림원의 안목을 다시 보겠다면 좀 센 허풍일까. 같은 날 러시아에서는 또 다른 한국인 작가의 톨스토이 문학상 선정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 말과 문자가 알파벳에 기초하는 언어에 비해 독특하게 까다로운 구조이기에 외국인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글을 보았다. 한국 문학과 책에 관한 애정 깊은 관심이 오래 곡진하게 유지되게 하려면 어떻게 돕고 참여해야 할까.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멋지던 가을 하루,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그림책 전시회에 참석했다. ‘서로에게 이로운 인도주의 세상’을 지향하며 대한적십자사와 한 그림책 협동조합이 함께 그림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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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거인과 작은 사람들
이정국 지음 | 그림책도시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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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같이 큰 거인과 여러 ‘작은 사람들’이 모두에게 좋은 세상을 꿈꾸며 따뜻한 마음과 위로를 쌓는다. 색깔도 산처럼 푸릇푸릇한데다 산이 그저 익숙하고 덤덤한 거인을 동네로, 집안으로 들이려 작은 사람들은 여러 방법으로 애쓴다. 이들이 벌이는 서사가 마치 서정적인 가곡 같기도 하고 짧은 오페라나 연극처럼 푸근하다. 그림책 안에는 작은 이들의 무수히 많은 작은 세계가 녹아들었다고 편집자는 소개한다. 인간의 선함, 호기심, 순진함, 다정함 이런 마음 조각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사람들이다.
불편과 불통, 폭력의 세상 그리고 ‘화해와 사랑에 이르는 성장’을 전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파란 거인을 ‘개개인 마음속 우울’로 설명하면서 앞날을 예상해 준다. “다음에 작은 사람 중 하나가 홀로 어둠 속에 떨고 섰다면 그때는 파란 거인이 좋은 방안을 제안하지 않을까요.” 과연 나는 어떤 종류의 작은 사람일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적합한 사람이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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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볼
이현 지음 | 이영환 그림 | 비룡소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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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기고 함께 지기’를 꿈꾸는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장편으로 쓰인 어린이 야구단 이야기가 반갑다. 소재와 이야기 전개, 구성이 아주 재미있고 탄탄하다. 작가의 필력이 즐겁게 잘 발휘된 작품이다.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열심인 어린이들이 여러 경기를 거치며 마음도 키운다. ‘잘 던질 자신감보다 잘 견딜 자신감’을 가졌는지 스스로 묻고 확인한다.
정해진 차례대로, 순서대로 타석을 맡는 야구는 공평하다. 잘하는 선수나 강한 팀이라고 더 많은 기회를 누리지 않는다. 최선 말고 최고가 되라는 감독님 지시에 열심히 훈련하는데, 승리 욕구가 커질수록 갈등도 심하다. 승패를 떠나 경기를 즐기라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물론 지기도 하지만 이기고 싶은 마음 덕에 야구가 즐겁단다. 초등생으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를 통해 이들은 부쩍 성장한다. 넘어지고 구르고 부딪히고 깨지며 이들은 함께 이기고 함께 지는 것을 배운다. 승리와 패배, 환호와 눈물 속에 꿈도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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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는 세상이 너무 멀어
오찬호 지음 | 김선배 그림 | 다정한시민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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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이 줄어드는 세상을 지향’하는 마음으로 꾸려진 책이다. 책의 프롤로그 제목인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그래서 차별과 혐오에 둔감한 사회”가 너무 놀랍고 아프다. 성공에 강하게 집착하는 한국인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늘 불안하고 우울하단다. 이어서 현실에서 우리가 모르는 채 저지르는 차별과 혐오 사례들이 펼쳐지는데 참 부끄럽다.
무심코 쓰는 말들 ‘짱깨’, “부모님이 한국인?”, ‘이슬람교 절대 반대’, ‘살색’, 근로기준법 비적용 이주민, 탈북민들 고독사 현상들이 상세하다. 모두 평등한 세상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멈칫한다. 한국이 우울한 나라라는 슬픈 오해는 언제쯤 바뀔까. 그럼에도 서로 돕고 사랑하는 선한 마음들, 함께 이뤄갈 평등 세상을 오늘 책들에서 찾아내며 위로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