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린이 문학 작품들은 점점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교육 문제는 물론 기후나 환경 문제 등 사회 현상을 다루는 작품들이 풍성해진 지 오래다. 최근에는 철학과 과학 분야도 생기를 품고 어린이 문학 안에 촉촉하게 녹아들어 책으로 출간된다. 특히 최근에는 SF 분야, 인공지능을 주제로 하는 어린이책들이 많이 나온다.
🦾얼마 전까지는 공상과학 작품들이 시공간 이동이나 외계인과의 만남 정도를 다뤘던 듯한데 요즘은 아주 똘똘한 인공지능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SF 작품들의 구조가 정교하고 이야기도 충실하다. 이제 인공지능 로봇은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단순 도우미 수준이 아니다. 복잡한 감정을 품고 표현하며 사람과 섬세하게 교감하는 이지적인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작품 속에서 인공지능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도 결국 사람 이야기임을 이해하며 일단은 동의한다. 그러다 때로는 슬프고 염려까지 생긴다. 내 감정과 이성이 과연 그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지, 그 존재와 내가 즐거이 함께 살게 될지 걱정되어서다. 아래 작품의 주인공은 ‘플라스틱 인간’이다. 호모 사피엔스인 내가 플라스틱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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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플라스티쿠스
김진원 지음 | 불곰 그림 | 이지북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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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순간 ‘호모 사피엔스’부터 떠오른다. 표지의 맑고 해사하고 고운 얼굴의 여아가 플라스틱 인간인 듯하니 마음이 먹먹하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많이 모이는 섬에 쓰레기 재활용 공장과 부설 연구소가 존재한다. 바로 이 재활용 공장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잘게 조각나고 호수와 바다에 대량 투기까지 벌어진다. 게다가 연구소에서는 ‘플라스틱 분자 구조 변용을 통한 플라스틱 인간 개발’이 진행된다. 그 연구로 태어난 아이가 ‘물을 아는 수지(水知)’고 이 수지를 호수에서 발견해 키우는 이는 ‘나무새 할머니’다.
나무새 할머니와 학교 선생님 등 선한 어른들의 도움으로 수지와 친구들은 섬의 여러 불법과 만행들에 대처한다. 플라스틱 발명 200주년인 날엔 밥과 예술품까지도 플라스틱으로 변해 버리는 참상이 벌어진다. 수지는 자신을 ‘재활용해야 할 플라스틱 쓰레기’이자 돌연변이로 인식하며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나무새 할머니와 좋은 어른들 덕에 다시 용기와 힘을 얻는다. “중요한 건 말이야. 함께 살아간다는 거야. …플라스틱조차도 말이야.” 호모 플라스티쿠스와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말하는 이 작품 속 슬픈 바다 다음으로는 청량한 우리 독도 바다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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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바닷속으로 와 볼래?
명정구, 안미란 지음 | 이승원 그림 | 봄볕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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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상징인 독도의 생태 자료들이 담긴 ‘바다 과학 그림책’이다. 정보와 이야기가 함께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독도의 터줏대감 혹돔과 함께 둘레둘레 나들이하듯 바다 위아래와 주변을 함께 살피며 돌아보는 이야기가 다감하다. “모든 것을 받아주는 (독도)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마음이 넓고, 언제나 달과 대화하는 (독도) 바다는 지구에서 우주와 가장 친한 존재기도 하다.” 책에서 묘사되는 독도 바다이다.
독도는 작고 외로운 섬이 아니다. 바다 아래로 2천 미터나 내려가며 거대한 산과 암초를 품는 거대한 바위산의 봉우리가 독도이다. 그리고 독도는 온갖 바다생물들의 보물창고이고 수많은 생명체가 가득한 천연기념물이다. 오래오래 아끼고 사랑하며 지켜야 할 우리 섬 독도의 바닷속 생태에 관한 모든 정보와 이야기가 아름답고 화사한 그림들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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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루리 지음 | 비룡소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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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가 아주 묵직한 기운을 뿜는다. 작가는 이 작품을 ‘엄마가 되는 일에 대한 동화’라고 말한다. 책에서 ‘악마 메피스토’로 나오는 떠돌이 개도 전설 속 메피스토처럼 결국 악마가 되지 않는다. 세상에 버려진 ‘외톨이 소녀’로부터 건네받은 위로와 공감 그리고 희망 덕분이었다. 그 외톨이 소녀는, 악마의 마음과 독기로 팍팍한 세상을 버티려고 메피스토가 된 딸을 구하고자 세상에 다시 돌아온 메피스토의 엄마였다.
이 엄마의 애처로운 마음은 악마 메피스토가 된 딸을 어둠 속에서 건져 올리는 데 성공한다. 메피스토는 사실은 자기 엄마인 외톨이 소녀에게 말한다. “네가 뒤를 돌아봐 준 그 날,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어.” 한 번의 시선으로 누군가의 ‘편’이 되어 주고 희망과 구원에까지 닿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배운다. 나도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자주 뒤를 돌아보며 살펴 절망에 빠진 누군가의 발 딛기를 돕고 싶다. 여러 아픈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