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전 발발한 한국 전쟁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하지만 한반도는 전쟁을 잠시 멈춘 상태에 불과하며, 여전히 지구 한쪽은 전쟁 중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누군가의 엄마와 아빠 혹은 삼촌과 이모 그리고 아이들이 죽어간다. 전쟁의 비극을 통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그려낸 작품으로 권정생의 《몽실 언니》를 빼놓을 수 없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집과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 몽실이를 만나면 전쟁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허물어뜨리는지를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다. 한국 전쟁의 역사적 배경이 어렵다면 동화와 논픽션을 함께 읽어도 좋다. 전쟁뿐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몽실 언니
권정생 지음 창비 2012
불과 열 살, 몽실이는 아버지가 전쟁에 끌려가고 새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갓난 동생 난남이를 데리고 한국 전쟁을 홀로 겪어낸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가를 이보다 더 절절하게 들려주는 작품이 없다. 《몽실 언니》는 우리 어린이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어린이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 목록에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요즘 어린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먼 옛날이야기라는 점이다. 자녀가 동화를 어려워한다면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주거나 좀 더 높은 학년이 됐을 때 한 번 더 읽을 수 있도록 돕는 편이 낫다.
《몽실 언니》는 어려운 낱말이 하나도 없는, 말랑말랑한 입말로 쓰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몽실이의 입을 빌어 중요한 질문을 여럿 던진다. 국군과 인민군이 서로 죽이고 죽는 걸 경험한 몽실이는 "국군하고 인민군하고 누가 더 나쁜 거여요? 누가 더 착한 거여요?" 하고 묻는다. 또 몽실이는 엄마와 새어머니 그리고 금년이 아줌마의 인생을 보며 "왜 여자는 남자한테 매달려 살아야 하는 걸까?"라고 자문한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려면 시대의 아픔과 결핍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이가 《몽실 언니》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줄 줄도 아는 것도 어른의 할 일이다. 또는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잠들지 못하는 뼈》, 《노근리, 그 해 여름》처럼 한국 전쟁 속 어린이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몽실 언니》와 함께 읽으며 생각을 넓혀주는 방법을 추천한다.
갈라진 우리나라 한국 전쟁
이현 지음
휴먼어린이 2020
《푸른 사자 와니니》로 유명한 이현 작가가 쓴 역사 그림책이다. 중고등학생이나 심지어 성인도 한국의 근현대사를 무척 어려워한다. 처음 역사를 접하는 어린이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 현대사에 얽힌 강대국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이념 싸움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첫 역사책’ 시리즈는 그림책의 형식을 통해 어려운 개념어 없이 쉬운 언어로 우리 역사를 들려준다. 시리즈 중 《갈라진 우리나라 한국 전쟁》은 한국 전쟁의 역사적 배경을 충실하게 복원하며 중요한 사실을 잊지 않는다. "일제 침탈로부터 다시 찾은 우리나라, 그런데 우리는 왜 함께 살 수 없게 되었을까요?" 하는 질문이다.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 동화 《몽실 언니》에는 아이들이 따라부르는 노래가 나온다. "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마라. 일본이 일어난다." 한국 현대사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노래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를 두고 벌인 미국과 소련의 욕망, 그 와중에 두 패로 나뉘어 싸운 우리 민족은 결국 어두운 역사의 비극을 낳는다. 미국과 소련 그리고 남과 북으로 편이 갈리자 이를 빌미로 신의주에서 여수에서 순천에서 제주에서 무고한 사람이 죽어 나갔다. 남과 북은 각기 선거를 치렀고 지도자를 뽑았지만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몽실 언니》의 비극이 어떻게 잉태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역사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