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과 바람 속에서 완연한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정원 꽃밭에는 새싹들이 올라오고, 제비꽃, 진달래, 수선화 등 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고 있다.
🌱겨우내 잠잠했던 마을 길에 트랙터와 경운기가 다니고, 여기저기 밭을 갈고 모종을 심느라 분주한 움직임들로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4월의 초입에는 식목일과 24절기의 하나인 ‘청명(淸明)’이 있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생명력이 왕성한 절기로 농가에서는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된다.
🌿이맘때쯤이면 깡시골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지내던 때가 생각난다. 농사 준비로 분주한 할머니는 심심하다며 징징대던 어린 손녀에게 그만의 작은 텃밭을 만들어주셨다. 작은 손에 잘 쥐어지지도 않는 호미를 들고 할머니가 밭고랑을 매면 내 작은 밭에도 고랑을 만들었고, 씨를 뿌리시면 똑같이 씨를 뿌렸다. 그 작은 밭이 내 것이고, 내가 직접 뿌린 작은 씨앗에서 새싹이 돋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올해는 다시 텃밭을 가꾸며 어릴 적 고사리 손에 작은 텃밭이 안겨주었던 설렘과 즐거움을 찾아보기로 했다. 봄기운을 느끼고, 흙을 만지고, 생명을 돌보며 나 자신도 좀 더 다정하게 돌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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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잉?
최진우 지음 | 안예나 그림 | 보랏빛소어린이 | 2022
도서관 정원을 가꾸어 온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식물 구분을 잘하지 못한다. 정원에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할 때는 잡초인지, 심어두었던 꽃인지 아리송할 때가 참 많다. 어떤 때는 꽃은 모조리 뽑아내고, 잡초를 키우고 있다가 줄기가 올라오고, 잎이 나고, 꽃이 맺힌 뒤에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림책 『오이잉?』은 처음 텃밭을 가꾸게 된 초보 농부 아주머니가 참외 모종을 사 와서 텃밭에 심는 것으로 시작된다. 열심히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키운다. 참외 모종은 초보 농부가 주는 물을 듬뿍듬뿍 빨아 먹고, 세찬 비바람도 굳세게 견디며 달디 단 참외 열매를 맺길 꿈꾼다. 드디어 꽃 뒤에 작은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외인 줄 알았던 모종은 자신이 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맛있는 참외를 기대했을 아주머니가 실망할 것을 생각하면 오이는 힘이 빠지고 시들어 갔다. 하지만 오이의 걱정과는 달리 아주머니는 실망하기는커녕 그저 튼튼하고 맛있게 잘 자라주길 바라며 응원을 보낸다.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며 응원을 보내는 초보 농부와 많은 어려움을 견디며 꿋꿋하게 좋은 열매를 맺길 꿈꾸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봄날 아이와 함께 원하는 모종을 사 와서 작은 텃밭을 가꿔보자. 모종이 쑥쑥 자라듯이 싱그러운 마음이 듬뿍듬뿍 샘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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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이와 꼬마 정원
김현화 지음 | 밝은미래 | 2022
식물을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애정을 갖고 물을 잘 줘도 아프거나 잘 자라지 못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무심하게 잘 돌보지 못했는데도 건강하게 잘 자라기도 한다. 생명을 돌보는 일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것에 맞게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다육이와 꼬마 정원』 속 아이는 아파트에 산다. 아이의 집 베란다에는 작지만 갖가지 화초들이 자라고 있다. 베란다 정원 이름은 별빛정원이다. 어느 날 길에 버려진 작은 다육이 화분을 보았고 아이는 그 화분 속 식물이 가여워 별빛정원으로 데려온다. 아이는 정성을 다해 햇빛을 받게 하고, 물도 꼬박꼬박 듬뿍 주었지만 다육이는 한 잎 뚝 떨어지고 또 뚝 떨어지더니 죽어버렸다. 햇빛도 물도 가득가득 주었는데 왜 죽었을까. 슬퍼하는 아이를 위해 엄마는 여러 종류의 다육이를 사 오면서 다육이의 특징을 알려주신다. 그리고 죽어서 버린 다육이 화분에 한 개의 잎이 살아 뿌리를 내린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보미네 베란다 별빛정원 안에는 다육이로 꾸며진 꼬마 별빛 정원이 새로 생겼다.
텃밭이나 정원이 없어도 얼마든지 식물을 키울 수 있다. 화분이나 상자 텃밭을 이용해 삭막한 아파트 베란다를 초록식물원으로 만들 수 있다. 보미처럼 꼬마 정원을 만들어보자. 식물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우리도 함께 성장해 나가지 않을까? 작은 생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설렘과 즐거움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