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회원권을 끊었다. 봄맞이 할인 이벤트를 한다기에 6개월을 한 방에 결제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왕년에 헬스장 3개월을 등록했다가 출석 도장 10번을 채 못 찍은 사람. 올해 들어 한 운동이라곤 동네 다이소에 간 게 고작이고, 정형외과를 밥 먹듯이 드나드는 비실이였다. 그런 내가 거금 들여 반년을 투자했다. 아직 2024년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탓이었다.
1월 1일에 한 번, 설날에 또 한 번, 그리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다시 한번. 무려 세 번이나 시작할 기회가 있었건만 나는 그중 어느 곳에도 탑승하지 못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진 무기력증 때문에 숨 쉬니까 살고, 해야 하니까 일했다. 가슴 뛰는 일은 로또 4등에 당첨되는 것만큼 드물고, 별달리 행복하지가 않았다. 겨울잠 자는 곰 마냥 절전 모드로 지내는 게 최선이었다.
반면 세상은 나 같은 지각생과 달리 참 바지런했다. SNS에는 눈부셔서 차마 올려다볼 수 없는 커다란 목표와 성취가 가득했다. 현실에서도 나의 친구 중 누군가는 일도 육아도 척척 해내는 워킹맘으로, 누군가는 창업에 도전한 사장님으로, 저마다 밭을 일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얼마나 한심한지. 안 그래도 내딛지 못한 발이 땅속에 콕 박혀서 그대로 뿌리내리고 말았다.
그러나 봄의 힘은 대단해서 이런 뿌리도 뿌리라고, 새싹을 움트게 해주었다. 창문을 넘어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가벼운 옷차림이,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나를 부추겼다. 나에게도 염치라는 게 있어서 이 정도면 기지개를 켜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헬스장을 찾은 것이다. 쓴 돈이 아까워서 나갈 테고, 간 김에 운동하면 체력이 붙을 테고, 힘이 생기면 뭐라도 할 테니까. 마침 봄이라고 할인도 해주니 말이다.
더불어 나를 위해 미워도 다시 한번 기회를 준 봄에게 은혜를 갚아야 했다. 간신히 난 새싹을 잘 보살펴서 꽃을 피워야 할 책임이 생긴 것이다. 무거운 내 몸과 마음을 일으키고, 계속 걸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힌트는 우리 집 책장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