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했던 나는 삼 년 전, 책 『아무튼, 여름』을 내고 나서부터 ‘여름 작가’로 통하게 되었다. 여름이 되면 온갖 원고청탁, 강연, 북토크 등의 제안이 밀려오지만 ‘여름은 나의 성수기!’라며 행복하게 모든 일정을 감당한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 급격히 활기가 떨어진다. 그에 부응하듯(!) 나를 부르던 세상의 목소리도 잠잠해진다. ‘여름 작가’는 겨울철에 영 인기가 없는 것이다. 몸이 찬 체질이라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해서 겨울은 그야말로 동면하듯 지낸다.
지인들은 그런 나를 보며 겨울이라는 계절에도 남다른 매력이 있다며 열심히 영업해 왔다. 처음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지만 조금씩 마음이 흔들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만큼 겨울도 길어지고 있는데, 일 년의 반을 겨울잠 자듯 지내는 게 괜찮은 걸까. 10월만 되면 기분이 가라앉고, 11월부터 내년 여름을 기다리며 사는 건 안타깝지 않은가. 그래서 올해 겨울부터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적극적으로 겨울의 좋은 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겨울의 좋은 점이라…. 일단… 개가 산책하기에는 여름보다 겨울이 낫다는 것? 여름엔 아침부터 해가 뜨겁고, 점점 땅바닥이 끓어올라 낮에는 산책하기 어렵지만, 겨울에는 늦은 밤만 아니면 언제든 산책하러 나갈 수 있다. 한겨울의 언 땅과 염화칼슘만 조심하면 된다. 옷만 든든하게 챙겨입으면 저녁 산책도 문제가 없어서 요즘은 수시로 기온을 점검하며 개와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다. 두 번째는 겨울에 더 맛있는 음식들이랄까. 뜨거운 커피와 차는 추운 계절에 더 풍미가 깊어진다. 주기적으로 생각나는 핫초코는 상상만으로도 몸이 따뜻해진다. 에어프라이어에서 갓 꺼낸 군고구마, 편의점을 지나칠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호빵, 좋아하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먹는 샤부샤부, 지글지글한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앉아 까먹는 귤도 빼놓을 수 없다. 몸과 마음에 온기를 전해주는 먹거리들은 겨울을 기대할 이유가 되어준다. 또한 겨울은 해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계절이다. 아무리 매서운 날씨여도 등 뒤를 가만히 덥혀주는 햇살을 느낄 때면 미소가 흐른다. 여름엔 태양을 피해 그늘을 찾아다녔다면, 겨울에는 그늘을 피해 해를 찾으며 걷는다. 겨울에는 늘 당연한 줄 알았던 햇빛이 더욱더 귀하게 느껴진다.
그 외에도 높고 푸른 하늘, 쨍하게 상쾌한 공기도 있다. 쓰다 보니 겨울의 좋은 점이 많구나. 나는 그동안 여름을 편애하면서 겨울을 푸대접하고 있었나 보다. 올해부터는 겨울과도 조금씩 친해져야겠다. 따뜻한 음식, 소중한 햇살, 든든히 챙겨입고 즐기는 산책과 함께 올겨울도 무사히 건너봐야지. 차가운 계절에 마음을 포근히 감싸줄 책 두 권을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