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과 글을 배워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세상을 살아간다.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공부가 바로 말 공부다. 그런데 이 ‘말’은 다양한 층위를 갖는다. 어떤 말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인격을 평가하고 지식수준을 가늠한다. 인간은 곧 언어로 지은 집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어문화학자 김미형은 이렇게 중요한 말속에 숨은 의미를 드러낸다. 주린이, 틀딱, 맘충, 한남, 결정 장애, 미망인 등은 사회 현상과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말,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하는 말,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말들을 우리는 잘 구별하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어린이, 노인,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나이, 성별, 인종, 국적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는 그 자체로 차별인 경우가 많다. 정확한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내뱉은 차별어는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과 인격이 된다.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는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에 드러나는 법이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말들 사이에 자리 잡은 차별적 시선과 태도는 하루아침에 굳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겐 ‘섬세한 인식력’이 필요하다. 문제의식이 없으면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다. 차별하는 사람보다 차별받는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는 없다. 차별의 아픔과 슬픔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일상적인 고통과 슬픔으로 남는다. 차별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혹시, 우리가 부주의하게 차별어를 사용해왔다면 지금부터 고쳐 말해야 하지 않을까. 차별어가 무엇인지, 차별어가 왜 위험한지,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닐까. 이렇게 차별어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타인과 세상을 향한 질문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