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살랑 불어오고 나뭇잎 색깔이 노랑, 빨강, 갈색으로 변해 가고 있다. 가을이 오면 괜스레 쓸쓸한 기분이 느껴지면서 지금은 자주 만나지 못하는 옛 친구들 생각이 나곤 한다. 요즘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SNS와 문자로 지인들과 언제든 편리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 당장에라도 안부를 물을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너무 가벼운 말로 가닿기 싫어 그냥 생각에 그칠 때가 많다. 가을은 정말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계절이다.
일 년에 한두 번씩 손글씨로 또박또박 적은 엽서 한 장을 받는다. 오래전에 프랑스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에게서 오는 엽서이다. 어떤 때는 답장을 못 할 때도 있는데, 어떻게 이토록 오랫동안 나를 기억하고 엽서를 써서 보낼 수 있는지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가만히 엽서를 손에 들고 한참을 보고 있으면 엽서 안에서 그가 건네는 말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가만히 마음을 만져주는 것만 같다.
이 가을에는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편지 이야기를 그림책을 통해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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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할머니
이상배 지음, 김도아 그림 | 키다리| 2018
어느 날 도서관에 단골손님인 6살 아이가 삐뚤빼뚤 적혀있는 분홍색 종이를 들고 와서 말한다. “관장님~ 여기 뭐라고 적힌 거예요? 언니가 준 건데 좀 읽어줘요.” 내용은 2학년 언니가 동생에게 앞으로 자기 물건을 만지면 안 되며, 그렇지 않으면 동생이 아끼는 물건을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였다. 협박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글을 못 읽는 동생을 고려하여 글과 그림으로 정성껏 재미있게 꾸민 편지에 나는 자꾸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훈훈해졌다. 종이에 또박또박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편지로 마음을 전하면 읽는 사람의 마음이 좋아지는 요술에 걸리는 듯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보내야겠다.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그림책이 있다. 어릴 적부터 편지 쓰기를 즐겼고 지금도 편지를 쓰는 할머니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나보자.
이 그림책 속 할머니는 글씨를 알고부터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유년 시절에는 꽃 그림이 있는 편지지에 연필로 한 자 한 자 적어서 군대 간 큰 오빠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러면 답장이 왔는데 옛날에는 빨간 자전거를 타고 집배원 아저씨가 편지를 전해주었다. 누군가에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을 때 설레는 마음과 편지를 받아서 읽기 위해 봉투를 열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잘 담겨있다. 요즈음은 잘 보이지 않는 빨간 우체통이 정겹게 다가온다.
그림책 속 할머니는 어른이 되고 할머니가 된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편지를 받으면서 위로받고 그리움을 달랬던 것 같다. 할머니처럼 우리도 편지로 마음을 전하면 좋을 것 같다.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적어서 아이의 가방에 넣어보자. 가방 속 편지를 발견한 아이는 그 안에서 부모의 사랑을 느끼면서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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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
이시원 지음 | 고래뱃속| 2020
지난 추석 명절에 시골 큰집에 갔다. 오래된 벽지에 사각 액자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 정겨워 눈길이 갔다. 자식들의 결혼사진, 할머니의 칠순 때 찍은 가족사진, 팔순 기념사진 등 할머니가 살아온 삶이 따뜻하게 녹아 있었다. 우리에게 스마트 폰이 쥐어지기 전에는 가족사진이나 친구들과의 우정을 약속하는 사진 등을 사진관에 직접 가서 찍었었다. 어릴 적 사진관에서 사진 찍을 때 느꼈던 설렘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하다. 추억과 위로,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숲속 동물들이 가족사진을 찍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는 어느 날 부엉이 사진관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엉이 사진사는 곰 조수와 함께 편지를 보낸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풍선 기구를 타고 편지 속에 있는 약도를 따라 여행을 떠난다. 그 여정 속에서 말코손바닥사슴, 사향소, 바다코끼리 등 여러 동물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 따뜻한 가족사진을 찍어준다. 그리고 마침내 편지의 주인공인 꼬마 북극여우를 만나 할머니와 꼬마 북극여우의 마지막 가족사진을 찍는다.
따뜻하고 훈훈한 숲속 동물들의 이야기는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할 만큼 엄청난 일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이 가을에는 꼭 편지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