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술 사전으로 예술 감성을 자극한 다음 한국사의 지경으로 넘어간다. 올해가 한국전쟁 종전 70년, 급변하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곱씹는다. 현재 우리가 가능한 행동은 기억하기뿐인가. 대표 의병으로 존중되는 분의 각별함에 대한 최근의 시비, 그리고 중첩 교차된 이념 갈등을 빙자하는 잦은 갈고리들을 다시 대하며 우울하고 답답하다. 『우리 다시 만나요』에는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는 한반도를 겪으며 견뎌내는 사람들 이야기가 담겼다. 1950년대, 한국전쟁 시기 생생한 피난민 이야기가 마음을 두드린다.
강원도 고성에서 살던 소녀 강이네 가족이 한국전쟁을 만나 부산으로 도망가 판자촌살이를 하게 된다. 1,023일 동안 대한민국의 수도였던 부산 피난살이에 강이를 따라 들어가 본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피란민들 생존 의지가 절절하다. 전쟁을 실제 겪으며 어린이들이 자꾸자꾸 처절한 슬픔을 견딘다. 그들을 보는 우리 마음도 촉촉하다.
피난 길에 동생 죽음까지 겪으며 강이는 혼란스럽다. 대체 누가 적이고 누가 우리 편인가. “엄마, 우리가 일본만큼 나쁜 거야? 우리가 누구한테 잘못한 거야?” 보도연맹은 대한민국을 절대 지지하고, 북조선과 공산주의를 물리치자는 단체였는데 전쟁이 나자 여기 가입자들부터 학살된다. 이남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빨갱이’였다. 한편, 죽거나 다치고 잡혀가는 이들을 보며 아이들은 ‘얼른 고아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고아원에 들어가면 급식을 받으므로.
휴전되자 다시 고향인 강원도 고성을 향하며 강이는 다짐한다. “분명한 하나는, 이 전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나하나 기억하고, 그 이유를 찾아낼 거였다. …잊지 않을 거예요. 우리, 다시 만나요, 꼭 다시 만나요.” 처절한 슬픔을 겪었지만, 끝이 좋다. 이렇게 역사에도 예술에도 숨 쉴 공간이 보여 견딜 만하다. 책이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