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마다 인생의 목적지가 다르고 삶의 태도와 방향도 다르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으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게 거의 모든 청소년의 꿈과 희망일까. 그러면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쉽게 정답을 제시할 때가 많다.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등등. 정말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걸까. 질문하고 의심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아이들이 자라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기 어렵다. 우리가 철학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는 누구나 인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김수영 지음 | 우리학교| 2023
‘철학’이라는 단어는 친해지기 어려운 친구 같은 느낌이다. 어렵고 딱딱해 보이니 아무나 다가가기 쉽지 않고 말을 건네기도 꺼려진다. 하지만 철학은 생각보다 친절하고 누구보다 세심한 친구가 될 수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잠시 접어두자. 철학은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 슬프고 괴로운 감정을 느낄 때 손 내미는 삶의 동반자다.
철학자 김수영은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라고 했으나 오히려 ‘내가 철학의 손을 잡을 때’ 관점의 변화가 시작된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지 않으면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고, 타인과 세상을 언제나 같은 관점으로 볼 수밖에 없다. 철학은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도구다. 자기에게 정해진 운명을 사랑하라는 “아모르 파티”는 어떤 의미일까? “학교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워라.”,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친구는 또 다른 자기 자신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미디어는 메시지다” 등 조금 익숙한 말도 있지만 낯선 문장과 표현들이 가득한 책은 차례만 훑어봐도 관심이 간다. 지루한 철학자의 생애와 사상, 개념과 용어 설명 대신 대표적인 한 문장, 표현 하나에 집중해보자.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상세한 풀이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류의 오랜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하는 고민과 질문은 이미 수많은 사람도 겪었던 일이다. 어쩌면 철학은 그 생각의 흔적들이다. 먼저 살다 간 인생 선배들의 푸념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과 세계를 통찰할 수 있는 사유의 흔적을 따라가는 일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익숙한 사람과 사물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새로운 관점은 자기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삶의 태도다. 문장 하나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기나긴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와 미래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만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삶은 더욱 소중하지 않은가.
불안 쫌 아는 10대
이재환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2023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가, 아니면 누군가 정해 놓은 대로 살고 싶은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답할 것이다. 노예처럼 누군가 정해 놓은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인간이 스스로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게 된 건 겨우 몇백 년 전부터다. 근대 이후 신분제가 무너지고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러자 문제가 생겼다. 자유의지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 대신 현대인은 ‘불안’을 안고 살게 된 것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자유를 누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세금 같은 것이라며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각한 학업 스트레스, 급격한 감정의 기복, 대인관계에서 오는 고민은 거의 모든 청소년이 겪는 고민이다. 이들에게 ‘불안’은 어쩌면 당연한 성장 과정이며 평생 잘 다뤄야 하는 감정이다. 프로이트와 니체를 통해 이 불안의 근원을 밝히는 이재환은 불안이 정상적이고 당연한 상태임을 강조한다. 불안을 만드는 것도, 이겨내는 것도 결국은 ‘나’ 자신이다. 따라서, 내 안의 불안을 인정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프로이트와 니체의 철학으로 불안을 살피는 이 책의 최종 목적지는 나만의 가치를 찾아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이다.
현대인은 모두 불안하다. 다만, 그 불안을 어떻게 잘 다루며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긍정적인 생각 습관과 바른 언어생활 등이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자기 삶을 긍정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다. 선생님과 학생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읽기 쉽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무의식, 초인’ 등 어려운 철학 용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를 긍정하는 사람으로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